[경인 WIDE] 허식 인천시의회 의장 잇단 구설… '정당 분권'서 근본원인 찾아야

입력 2024-01-07 20:28 수정 2024-01-08 14:46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1-08 1면

자정 능력 사라진, 위기의 인천시의회


'5·18 특별판' 시의원실 돌발 배포
北 주도 소행 등 왜곡된 내용 논란
국힘 차원 징계논의에 탈당계 제출
보수 중앙정치인 그릇된 모습 닮아
"지방정치는 지방 문제 얘기해야"


인천시의회_전경_(3).jpg

허식 인천시의회 의장은 연이은 돌발 언행으로 구설에 올랐다. 최근 논란이 된 '5·18 특별판' 시의원실 배포 사건은 인천뿐 아니라 전국에서 회자됐다. 한 신문사가 만든 5·18 특별판은 5·18 민주화운동을 북한 등의 소행으로 왜곡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 차원의 징계 논의가 시작됐고 허 의장은 7일 탈당계를 제출했다. 의회 차원의 징계 논의도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일을 허 의장의 개인적 성향에 따른 일탈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다르게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이른바 여의도 중앙정치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지방자치의 현 상황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지방자치는 시행되고 있지만 그에 따른 정당 분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에 근본적 원인이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인천시의회에 따르면 허 의장은 최근 한 신문사의 '5·18 특별판' 신문을 다수의 시의원실에 배포해 안팎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해당 특별판은 5·18 민주화운동이 DJ(김대중)세력·북이 주도한 내란이며 유공자 상당수가 5·18과 관련 없는 인물이라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허 의장은 이날 국민의힘 인천시당에 탈당계를 제출했다. 그는 "의도치 않게 논란이 너무 이슈화해 선당후사 마음으로 탈당계를 제출했다"며 "배포 행위에 대해 잘못했다는 생각이 없다. 그렇다면 책을 나눠주는 행위도 안 되는 것이다. 나눠준 것만으로 문제를 삼고 역사 왜곡으로 몰아가는 것이 자유를 억압하는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번 일을 '자연인' 허식의 행동과는 구분해야 한다. 특별판 배포는 가족이나 사적 지인을 대상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 다른 당을 포함한 동료 시의원 다수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지방의회는 '지방자치제도의 꽃'이라고 불린다. 지방의회 수장의 어떤 의도가 담긴 행동으로 해석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허 의장의 돌발 언행은 처음이 아니다. 2022년 여름에도 문재인 전 대통령과 경찰을 비하하는 문구를 개인 SNS 계정에 게시해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삭제한 뒤 공식 사과했다. 허 의장은 이 사건 이후 SNS 활동을 중단했으나, 공식 행사 인사말에서 교육계나 특정 지역을 비하하는 발언 등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그의 언행은 어디서 자주 본 것 같은 익숙한 느낌을 받는다. 개인의 편향된 생각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극우 보수 정당 중앙 정치인과 무척 닮았다. 대다수의 삶과는 동떨어진 사안으로 논란을 일으키는 그릇된 정치인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지방자치제도 전문가 김회창 한국지방정부연구원 원장은 "여의도 정치에나 어울릴법한 정제되지 않은 그릇된 공명심이나 소영웅 심리가 그대로 지방정치에도 투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정당시스템이 바뀌지 않는 한 계속 이런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방자치제도가 30년 가까이 진행됐지만 정당 분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 가장 큰 구조적 요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허 의장이 '이념 갈등'을 부추기는 언행으로 여러 차례 물의를 일으켰는데, 시의회는 자정 기능을 스스로 상실했고 여야 주요 인천시당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였다. 여야 주요 인천시당들이 시의원들의 품위 유지와 의정활동에 별 관심이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번 허 의장과 관련된 일련의 사건을 들여다보더라도 5·18 민주화운동은 현재 인천의 시급한 현안이 아니다. 검경 대립도 인천 현안이 아니며 전직 대통령의 수사 상황은 더욱 그렇다. 정당 분권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지역과 아무 관련이 없는 의제가 지역 정치판에 끼어들 틈이 없었을 것이란 지적이다. 지방자치가 여의도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언제든지 지역에서 반복될 수밖에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방정치는 지방 문제를 얘기해야 한다. 지방의 범위를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 지방이 지역 주민의 삶과 관계 없는 이슈를 가져오면 스스로 중앙정치에 종속되는 결과를 가져온다"며 "지방정부도 중앙정부하고 달라야 하며 지방정치 역시 중앙정치하고는 차별점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당이 지방 정당에 권한과 자율성을 나눠주는 정당 분권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경인 WIDE] "막말 바로잡을 기회 분명 있었다"… 인천시의회 내부서도 자성 목소리)

/김성호·박현주기자 ksh96@kyeongin.com

2024010801000085700008121



경인일보 포토

김성호·박현주기자

ksh96@kyeongin.com

김성호·박현주기자 기사모음

경인일보

제보안내

경인일보는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자 신분은 경인일보 보도 준칙에 의해 철저히 보호되며, 제공하신 개인정보는 취재를 위해서만 사용됩니다. 제보 방법은 홈페이지 외에도 이메일 및 카카오톡을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

- 이메일 문의 : jebo@kyeongin.com
- 카카오톡 ID : @경인일보

개인정보의 수집 및 이용에 대한 안내

  • 수집항목 : 회사명,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 수집목적 : 본인확인, 접수 및 결과 회신
  • 이용기간 :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기사제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익명 제보가 가능합니다.
단, 추가 취재가 필요한 제보자는 연락처를 정확히 입력해주시기 바랍니다.

*최대 용량 10MB
새로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