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모란시장 육견 취급 20여곳
“전업 선택은 사실상 폐업 강요”
식용목적 개 사육·도살하면 징역
농식품부, 최대한도내 지원 입장
9일 성남 모란시장 상인들의 얼굴엔 걱정, 고민, 분노가 가득했다. ‘개 식용 종식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생업을 접거나 전업해야 한다는 불안감이 몰려왔기 때문이다. 모란시장에서 현재 육견을 취급하는 업체는 20여곳으로, 이들 업체의 육견 매출은 적게는 20%, 많게는 70%를 차지한다.
이곳에서 30여년 동안 육견을 활용해 만든 소주를 판매해온 김용북(69)씨는 “아직 다른 장사를 생각해본 적 없다. 여기 상인들 대부분이 60대 이상이고, 평생 이 일만 한 사람들이라 인제 와서 다른 장사를 할 수도 없다”며 “업종을 돌려봤자 흑염소나 가금류뿐인데 그마저도 수요가 거의 없거나 (사람들은) 마트에서 구매한다”고 토로했다.
6개월 이내에 협의를 통해 보상책을 마련할 계획
같은 날 안산시 중앙동에서 10년째 66㎡ 규모의 보신탕집을 운영하는 A(70대)씨는 점심시간에 손님이 아무도 없자 식사를 하고 있었다. A씨는 “임대료 40만원에 전기세, 수도세 다 올라 근근이 버티고 있는데 (법적으로) 문을 닫으라니 말이 되는가”라며 “화가 나서 뉴스도 안보고 있다. 정부에서 하도 뭐라고 할 때마다 손님이 줄어들었다”고 분노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국제사회가 한국의 개 식용 문화를 비판하며 촉발된 ‘40년 개 식용 논쟁’에 마침표가 찍혔지만, 현장 반응은 극명히 엇갈렸다. 동물권 단체들은 일제히 환영 의사를 밝혔지만 개 식용 관련 종사자들의 한숨은 깊었다. 특별법에 따른 보상 문제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개 식용 금지 특별법 제정안은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사육·증식·도살하는 행위, 개를 조리·가공한 식품을 유통·판매하는 행위 등을 금지한다. 식용 목적으로 개를 도살하면 3년 이하 징역·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공포 후 3년 후에 이 같은 벌칙 조항이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특별법엔 폐업·전업이 불가피한 업체가 안정적인 경제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2022년 2월 기준 전국 식용 목적 개 사육 농가는 1천156곳, 도축 업체는 34곳, 유통 업체는 219개, 식당은 1천666여곳이다.
대한육견협회에선 식용 개 1마리당 200만원을 보상해줘야 한다는 주장 등을 제기하고 있다. 육견협회 관계자는 “종사자 평균 연령이 75세라 전업과 폐업 중 선택하라는 말은 사실상 폐업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명확한 생계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대책 없이 폐업을 종용하는 점의 위헌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합리적 범위 내에서는 최대한 지원을 하겠다는 게 기본적인 입장이다. 향후 6개월 이내에 협의를 통해 보상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