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상정책에 교통혼잡 야기해놓고
수원·용인 방면 승하차 위치 변경
경기도 협의 없이 노선 조정 발표
'감차'까지 거론… 도민 불편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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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명동에서 운영했던 '버스 줄서기 표지판'이 버스대란을 일으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은 가운데 시가 명동입구에 정차하는 경기도내 광역버스 30개 중 일부 노선 변경과 감차를 추진하고 있어 도민들의 출퇴근길 난항이 우려되고 있다. 9일 오전 서울시 중구 명동입구 버스정류장에서 한 시민이 광역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2024.1.9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잘못은 서울시가 하고, 피해는 경기도민이 입는다?'

서울시 탁상행정으로 이른바 '명동버스 대란'이 벌어졌지만, 서울시가 사태의 원인을 '광역버스 노선'으로 지목해 애꿎은 경기도민들의 교통 불편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시가 경기도에서 강북으로 향하는 노선 조정뿐 아니라 감차까지 거론하고 있기 때문인데, 노선 결정에 주도권이 있는 경기도와 협의 없는 서울시의 일방적 발표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9일 경기도에 따르면 서울시는 이날 수원 방면 4개 노선(M5107, 8800, M5121, M5115)과 용인 방면 1개 노선(5007) 총 5개 노선의 승하차 위치를 현재 명동입구 정류소에서 우리은행 종로지점으로 변경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경기도에 발송했다.

서울시는 경기도와 5개 노선의 협의를 이번 주까지 마치고,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대광위에 직권 노선 조정을 요구하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서울시가 광역버스 노선 조정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교통혼잡 사태의 원인이 노선 자체가 아닌 서울시의 잘못된 정책 결과 때문이라는 점이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27일 정류소 인도에 노선번호를 표시한 시설물을 설치해 승객들이 줄을 서도록 하는 '줄서기 표지판' 정책을 추진했지만, 퇴근길 대란을 일으키며 탁상행정식 정책이란 비판을 받고 2주 만에 중단을 선언했다.

오세훈 시장까지 직접 현장을 찾아가 사과한 반면 정작 근본적 원인이 노선에 있다며 승하차 지점을 바꾸겠다고 주장했다. 실제 표지판 정책 운영이 유예된 지난 8일부터 명동입구 정류소 인근의 교통정체는 어느 정도 수습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서울시가 경기도에서 서울로 향하는 광역버스의 '감차'까지 거론해 더욱 확산되고 있다.

지난 5일 서울시가 줄서기 표지판 정책을 철회하며 발표한 보도자료를 보면 '명동뿐 아니라 신논현역 등의 중장기적 교통 혼잡 해결을 위해 대광위에 광역버스 노선 변경 및 정차위치 분산, 감차 등을 강력히 요구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경기도뿐 아니라 정부의 광역버스 증차와 노선 확대 약속과도 충돌한다.

이 같은 서울시 태도에 지역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진보당 경기도당은 지난 8일 논평을 통해 "서울시가 이참에 경기도 광역버스 감차를 추진한다는데, 서울로의 출퇴근 인구가 많은 수도권 전체에선 증차가 정론이다. 명동 사태는 표지판 정책 때문인데, 교통대란 피해를 1천400만 경기도민들이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현재 30개 노선에 하루 2천 대 가까운 광역버스가 경기도에서 서울 명동입구로 진입하고 있는데, 서울시의 부정적 입장이 지속될 경우 감차를 넘어 협의 중인 신규 노선에 대해서도 협의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경기도는 노선 결정의 주도권은 경기도에 있다며 도민 교통 불편 최소화를 우선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노선 결정의 우선권은 경기도에 있다. 서울시 마음대로 노선 조정 등의 결정은 내릴 수 없다. 도는 서울로 출퇴근하는 도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것을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하며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