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춘동 '우리별문구' 24년째 명맥
프랜차이즈에 밀려도 "우정 지킬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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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문구점 '우리별문구'를 운영하는 황원옥씨는 "2010년대만 해도 동네에 문구점이 10곳이 넘었는데 이젠 3곳밖에 남지 않았다"고 했다. 2024.1.9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학생 때 우리 문구점을 이용하던 손님이 엄마가 돼서 자기 애를 데리고 왔을 때 감동과 보람을 느꼈습니다."

황원옥(70)씨는 인천 연수구 동춘동에서 24년 동안 동네 문구점 '우리별문구'를 운영하고 있다. 은행 지점장을 하다 IMF 외환위기 때 일을 그만두고 2000년에 문구점을 열었다.

황씨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문구점을 지켜오면서 한국사회의 시대적 변화상을 몸소 겪었다.

우리별문구 반경 1㎞ 이내엔 10개 초·중·고등학교가 있다. 학생 수가 많았던 2000년대 중반만 해도 우리별문구는 학생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황씨는 "인근 학교 체육복 판매만으로도 월 500만원은 벌었던 시기였다"고 회상했다.

좋은 시절은 오래가지 못했다. 1990년대부터 감소하기 시작한 학령인구는 2010년대 들어 그 폭이 커졌다. 또 학교들이 학생 개개인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학용품이나 문제집 등을 제공해 주면서 문구점을 찾는 학생들의 발걸음도 줄었다.

2010년대 중반만 해도 우리별문구 인근엔 문구점이 10곳 넘게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우리별문구를 포함해 단 3곳만 남아 있다. 대신 다이소 등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와 무인 문구점 등이 들어섰다.

동네 문구점은 가격 경쟁력에서 앞서는 프랜차이즈 업체 등에 밀려 점차 설 자리를 잃었다. 쿠팡 등 온라인 쇼핑몰을 통한 거래가 활성화한 점도 동네 문구점을 위축시키는 요인이 됐다.

황씨는 "현재는 많이 팔아봤자 하루에 5만원 정도"라며 "연매출 2천만원 정도라 영업하는 게 손해다"고 말했다.

황씨가 손해를 보면서도 그만두지 않는 건 아직 찾아오는 학생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문구점을 찾는 아이들을 보는 게 삶의 낙이라고 한다.

황씨와 만난 지난 5일 문구점을 찾은 초등학생 2명이 그를 보자마자 활짝 웃으며 인사했다. 두 학생은 황씨에게 자신들의 일상은 물론 아버지의 휴가 일정까지 이야기했다. 이 아이들에겐 문구점이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 아닌 정겨운 놀이터나 다름없는 듯했다.

황씨는 "돈만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문구점을 처분하는 게 이득"이라면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추억을 쌓는 재미에 문구점을 그만두는 게 너무 어렵다"고 했다. 이어 "언젠가는 문구점 문을 닫겠지만, 최대한 우리 문구점을 찾는 아이들과의 우정을 유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상우기자 beewo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