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 701·702번 GTR 버스노선 정시운행 미준수 불이익 논란


"신호위반 불가피 안전운행 먼일
버스우선 체계 마련 안돼" 목소리
"측정 토대 합리적 시간값"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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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후 인천 청라국제도시에서 GRT 701번 버스가 운행하고 있다. 2024.1.20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인천교통공사가 서구 청라국제도시 두 버스 노선에서 정해진 시간 내 운행을 마치지 못하는 운전기사들에게 불이익을 주고 있다.

이 때문에 버스 기사들 사이에선 과속이나 신호 위반 등이 불가피해 승객의 안전을 저해하는 결과가 초래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인천교통공사는 지난해 3월 승객 분산과 안전, 버스 배차간격 조정 등을 위해 '운행이력평가제도'를 도입했다. 해당 노선의 총 운행 시간과 정류장 구간(중간·종점) 내 도착시간 등을 정해두고 기사들이 지키도록 하는 게 골자다.

'정시성 매뉴얼'이라고 칭하기도 한다는 이 제도는 공사가 운영 중인 GRT(Guided Rapid Transit·유도고속차량, 701·702번)와 BRT(Bus Rapid Transit·간선급행버스, 7700번)에 적용되고 있다.

GRT는 대중교통 수단이 부족한 청라국제도시에 지하철 역할을 대신하기 위해 투입됐다. 일반적으로 전용차로에 설치된 레일이나 광학 센서를 따라 운행되는 무인버스를 의미하는데, 공사는 일반 지선버스인 701번과 702번 노선에 GRT라는 이름을 붙여 운영하고 있다. GRT가 가진 장점인 정시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사가 운행이력평가제를 도입한 것이다.

인천교통공사는 GRT 운행이력평가제에서 기점인 청라국제도시역부터 종점인 가정역까지 운행 시간을 30분으로 설계했다. 기·종점을 포함해 10개 정류장이 있는 701번 노선은 기점에서 중간인 5번째 정류장 청라호수공원 한신더휴아파트까지 14분 내에 운행해야 한다. 총 8개 정류장을 둔 702번은 기점에서 중간인 4번째 정류장 경명초등학교까지 14분이 걸려야 한다.

GRT를 운행하는 기사들은 정시성 매뉴얼을 지키기 위해 신호 위반, 과속 등을 할 수밖에 없어 안전 운행이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기준 시간이 초과되거나 단축되면 다음 운행 때 이를 만회해야 하는 구조여서 승객 입장에서도 정시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버스 기사 A씨는 "처음 운행 때 종점까지 32분이 걸렸다면 다음 운행 땐 28분에 들어와야 공사가 정한 '30분 도착 매뉴얼'을 지킬 수 있다"며 "초과한 시간만큼 시간을 줄이려면 과속과 신호 위반 등을 해야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30분보다 빨리 들어올 것 같으면 신호 대기를 하려고 서행해야 한다"며 "현장에선 이런 기이한 일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했다.

인천교통공사는 GRT 정시성 준수율을 인사고과에 반영해 상·하반기에 각각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다. 버스 기사 B씨는 "지하철도 연착이 되는 마당에 버스가 항상 30분 정시성을 지킬 수 있겠느냐"며 "최소한 버스 우선 신호체계를 마련하거나 버스 우선 차로에 아예 다른 차량이 접근하지 못하게 해 도로의 변수를 줄여야 하는데 그런 조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교통공사는 정시성 매뉴얼에 대해 GRT 노선 운행 결과를 토대로 산출한 합리적인 시간값이라며 이 같은 주장을 반박했다.

인천교통공사 신교통운영팀 관계자는 "정시성 매뉴얼은 버스 기사들 간 상이한 운전 스타일로 인해 뒤죽박죽이었던 버스 배차간격을 조정하기 위해 도입했다"며 "지난해 행정안전부로부터 적극행정 우수 사례로 인정받았을 만큼 오히려 권장해야 하는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 도로 인프라를 고려했고 효과가 명확하다. 기사들에게 계속 그 필요성을 설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상우기자 beewo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