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수 못먹고 화훼·축산농 피해
"주민 전혀 신경안써… 너무 무책임"

"수질오염사고로 인한 주민들의 피해도 심각한 상황입니다."
평택시 청북읍 어소2리 이장인 김동한(63)씨는 답답한 듯 이같이 하소연했다. 대규모 수질오염사고로 인해 화성과 평택시를 잇는 관리천이 파랗게 물든 지 14일이나 지났다. 방제둑을 설치하고, 수십 대의 탱크로리가 쉴 새 없이 오염수를 날랐지만, 정작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주민들의 피해에 대해서는 당국 차원의 대책이 전혀 없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씨는 "마을에 지하수를 생활용수로 이용하는 주민들이 많은데 물을 마시기는커녕 빨래도 못 한다"며 "주변 화훼농가는 지하수를 사용하지 못해 꽃에 물을 주지도 못하고, 축산농가 역시 자유롭게 물을 사용할 수 없어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호소했다.
지난 23일 오전 청북읍에 있는 한 마을회관에서 만난 주민들은 사고 수습에 나선 환경 당국의 대처가 미흡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영선(77)씨는 "환경부에서 나온 직원들이 하천 주변만 왔다 갔다 하더라"며 "이번 사고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데, 너무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동안 내린 비와 눈, 흙탕물이 관리천으로 유입되며 사고 초기의 진한 파란색은 아니었지만, 아직도 파랗게 변한 하천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예상보다 방제작업이 늦어지는 건 외부에서 하천으로 유입되는 불명수의 양이 많아서다"라며 "방제작업 마무리까지 앞으로 10일에서 15일 정도 더 소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 11일 이번 사고와 관련해서 위기경보 '관심' 단계를 발령했으며, 사고 현장에 상황실을 설치·운영 중이다. 상황실에는 환경부 소속 직원 1명과 한강유역환경청 직원 2명, 한국환경공단 직원 2명 등 총 5명의 직원이 각 행정기관에서 파견돼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오염된 하천을 순찰하며 방제둑, 수위, 수질 등을 확인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한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위기관리매뉴얼에 따라 상황 판단 후 관심 단계를 발령하고 관계기관 회의를 통해 빠른 오염수 처리와 하천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수질오염사고가 발생한 관리천은 안성천의 제2지류로서, 하천법에 따른 지방하천에 해당하는 바, 지방하천관리청인 지자체에서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황실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현장 상황에 대해 대응하는 업무를 하며, 주로 지자체가 방제작업에 집중하고 있어 교대로 현장에 나가 순찰업무를 한다"고 말했고, 환경부 관계자는 "(피해 보상과 관련)지자체에서 보상책에 대해 어떻게 할지 먼저 검토한 후 만약 중앙정부로 도움을 요청하면 그때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