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공감

[인터뷰…공감] 현실에 펼친 고래의 꿈… "대명항도 광안리처럼 될 수 있다"

입력 2024-01-30 20:31 수정 2024-01-31 09:04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1-31 14면

김포 '수산공원' 일군 김민석 빅유니크 총괄이사 


희귀동물·고미술품 사랑… 고래 테마로 초대형 카페 성공 시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촬영지로… "해외 인플루언서들 찾아와"
젊은 여성층, 김포 방문 급감… 인접도시 방문 길만 내주는 상황
강화도 연간 2천만 발길… 대명항이 10%만 흡수해도 '핫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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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이사 뒤쪽에 혹등고래가 유영하는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덕후. 일본어 '오타쿠'를 한국식으로 익살스럽게 발음한 '오덕후'의 줄임말로, 어떤 분야에 전문가 수준의 열정과 흥미를 지닌 사람을 뜻한다.

김민석(47) 빅유니크 주식회사 총괄이사는 성공한 덕후다. 한때 아마존 희귀동물에 몰두하고, 조선의 막사발 이도다완에 몰두했으며, 고래와 공룡 등 거대동물에 몰두했다. 젊은 시절 푹 빠져든 것들을 되살려 그는 김포 대명항에 고래를 테마로 한 초대형 카페 '수산공원'을 성공시켰다.



카페에 그치지 않고 십수년 전부터 개인적으로 키운 정글 희귀종을 보호하는 '몬스터리움'을 개장하고, 일본에서 훨씬 가치를 인정하는 이도다완 수집작품으로 '수산아트뮤지엄'을 여는 등 복합문화시설로 진화하고 있다.

그가 가꾸고 일궈낸 공간은 매년 5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수도권 핫플레이스이자 해외 인플루언서의 필수 방문코스로 자리매김하며 지역경제에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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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유니크는 최근 중국 현지에서 대형 공룡 제작기업 4곳과 국내 독점유통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은 센서 감지로 작동하는 공룡 견본.

동물들을 많이 사랑하고, 고미술품에 진심인 그의 표정은 천진난만했다. 지난 26일 수산공원 테마파크에서 만난 김 이사는 공룡 조형물 견본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최근 중국 현지에서 대형 공룡제작기업 4곳과 국내 독점유통 계약을 체결한 지 얼마 안 된 터였다. 사람이 다가오면 움직이는 이 공룡들로 그는 '쥬라기파크' 신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연고가 전혀 없던 김포, 그것도 올드한 이미지로 침체해 있던 대명항에 김 이사가 대대적인 투자를 결심한 건 우연한 계기에서였다. 그 또한 김포의 도로를 그냥 지나쳐 강화도로 빠져나가는 관광객 중 한 명이었다.

김 이사는 강화도를 오갈 때 아주 가끔 꽃게를 먹으러 대명항에 들른 적이 있다. 주변에는 늘 차가 막히는데 대명항에 들어서면 텅 빈 느낌이었다고 그는 회상했다.

"강화도의 경우 코로나19가 종식되자마자 순식간에 연간 방문자 2천만명을 돌파했어요. 제주도 못지 않게 관광 하나로도 먹고 살 수 있는 섬이 되어가고 있는 거죠. 분석해보니 핫플레이스의 다섯 가지 요소를 섬 전체에 갖추고 있는 거예요. 전국적인 핫플이 되려면 바다나 강처럼 물이 있어야 하고 먹거리·쉴거리·놀거리(체험)·탈거리(기구)가 있어야 하는데, 바로 앞 초지대교만 건너가도 루지라는 탈거리와 광활한 바다, 수산물 먹거리가 있어요. 그런데 대명항도 바다와 수산물을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잖아요. 강화도가 공격적인 관광마케팅과 적극적인 시설 조성을 통해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로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명항에도 핫플의 나머지 요소를 보강해 보면 어떨까. 그래서 강화도 방문자의 5~10%만 흡수해보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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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방영을 계기로 해외 인플루언서의 필수 방문코스로 자리매김한 수산공원 외벽의 고래 그림.

수산공원은 2021년 여름에 문을 열었다. 핫플로 만들기 위한 상징적인 스토리가 필요했는데 고민은 길지 않았다. 김 이사의 애정이 컸던 고래 하나면 충분했다. 언젠가 대명항에 큰 고래가 헤엄쳐온 적이 있다는 얘길 들은 적 있던 그는 고문헌에 혹등고래가 언급된 걸 알고 바로 콘셉트를 정했다.

당시 국내 최대 크기의 초고화질 단일 액정을 설치해 15m 넘게 자라는 혹등고래의 유려한 헤엄을 상영하고, 건물 외벽에는 대형 고래를 그려 넣었다. 실내 곳곳에 고래의 정체성을 살리기 위한 기획회의만 3개월 넘게 진행하고, 대명항 수산물을 재료로 김포빵과 매운탕탕빵도 출시했다.

예감은 적중했다. 한국관광공사 통계에서 수산공원은 '2019~2022년 김포시 내국인 관심관광지' 3위에 랭크됐다. 수산공원 개장시기가 2021년이었던 걸 고려하면 지역사회에 파격적인 등장이었다. '고래 카페'로 전국에 이름이 알려지면서 드라마 촬영 요청도 들어왔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였다.

"처음에는 촬영 요청에 응하지 않았어요. 고래 반대시위라는 극 중 전개가 마음에 걸렸거든요. 제작진이 하도 간곡히 요청하기에 결국 승낙했는데 한참 시간이 흘러 드라마가 방영되자 외국인들이 밀려들기 시작했어요. 해외 인플루언서들이 본격적으로 찾아온 것도 그때부터였죠."

직원만 30명, 아르바이트까지 더해 50여 명을 고용 중인 수산공원 테마파크는 운영수익을 끊임없이 재투자하고 있다. 오는 2030년까지 대명항이 연간 방문자 200만명을 돌파해 국내 10대 관광지이자 글로벌 명소로 발돋움하는 데 일조하겠다는 목표가 있어서다.

김 이사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국제 지역관광 거점도시'가 강릉·속초·삼척·통영·부산·여수·목포·태안 등 모두 바다를 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가까이만 해도 강화도에 연간 2천만명, 영종도는 8천만명, 서울 5억8천만명 등 인접 도시에 사람이 몰릴 때 김포는 길만 내주는 현실이 안타깝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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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이사는 일본에서 더 귀하게 여기는 조선 도공들의 막사발을 오래전부터 수집해왔다.
 

인터뷰 도중 그는 몇 가지 데이터를 보여줬다. 김포에 '여성' 및 '20~30대'의 방문이 급격히 감소 중이라는 것, 비슷한 해안도시 중에서도 MZ세대 비율이 낮다는 내용의 자료였다.

대명항 앞바다 조망을 누릴 수 있는 변변한 시설조차 없다는 점, 김포 관광안내지도에 소개된 주요관광지 절반이 향교와 서원, 왕릉 등 젊은층이 외면할 만한 장소라는 점도 짚었다.

하지만 그는 김포의 희망을 이야기했다. 대명항만 하더라도 폭발적인 잠재력이 있다고 확신했다.

"제가 부산 출신인데 25년 전쯤 광안리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이 황량했고 대명항 분위기와 비슷했어요. 그곳에 바이킹 같은 탈거리가 먼저 들어오고, 탈거리에 사람이 몰리니까 호텔을 지어서 머물게 하고, 차량이 늘어나니까 광안대교가 놓이고, 풍경이 아름다워지니까 카페가 급증하고, 그러한 바탕 위에 불꽃놀이 콘텐츠가 더해져 세계적인 명소가 된 거예요. 여수도 케이블카 하나가 놓이면서 완벽한 핫플이 됐고, 서울도 서울트윈아이를 추진해 한강이라는 핫플의 퍼즐을 맞춰가고 있어요. 대명항도 이렇게 핫플이 될 수 있는 환경이 훌륭해요. '대명항 방문객 200만'이 비현실적으로 들리실지 모르나 지금 기준으로 조금만 노력하면 100만명, 200만명 금방 치고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저는 예상하고 있습니다."

글/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사진/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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