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 있어도 질 나빠 시청 불편
상세자막 없으면 이해 어렵기도
道 “재정적 한계로 어려운 부분”
경기도 내 청각, 언어장애 인구가 9만여명에 이르는 가운데 도내 일선 지자체의 정책 등을 홍보하는 일부 영상에 자막이 없거나 수어 통역 등이 미비해 장애인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22년 12월 말 기준 도내 청각장애 인구와 언어장애 인구는 각각 8만6천690명, 5천462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이에 따라 2019년부터 고양, 성남, 파주시 등 일선 지자체 10여 곳은 ‘한국수화언어 활성화 지원 조례’ 등을 공포해 한국수어의 활용을 적극 권장하는 한편 공공기관 운영 시설 등에 자막시스템이나 수어 통역 전용 스크린 등의 설치를 독려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도 여전히 이들 지자체에서 활용 중인 여러 홍보 영상에는 청각, 언어장애인을 위한 서비스가 부족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 공식 유튜브 채널 콘텐츠 중 ‘기회주의자들’, ‘썬킹쇼’ 등은 패널들이 나와 대담을 나누는 30분 내외의 영상이지만 자막이 전혀 없어 음소거 상태로 시청하면 어떤 내용인지 전혀 파악할 수 없었다. 수원, 화성, 오산시 등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역시 일부 정책 홍보 영상 등에서 자막이 충분히 삽입되지 않아 영상의 온전한 이해가 불가능했다. 화성의 경우 정책 브리핑 영상에서 대변인과 수어통역사를 한 화면에 담았지만, 전체 화면 대비 통역되는 수어통역사의 화면 크기가 작아 식별에 어려움이 있었다.
도내 거주하는 농인 최형문(34)씨는 “7대3 정도의 비율이라도 수어통역사만 따로 화면을 분할하면 더 좋을 것 같다”며 “일부 정책 설명 영상에는 수어 통역의 질도 좋지 않아 이해가 힘든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농인 황초윤(29·여)씨는 “여성안심키트 관련 정책 홍보영상을 봤는데 강조하는 일부 내용만 자막이 있어 구체적인 내용 파악이 힘들었다”며 “키트에 있는 안전용 호루라기에 무슨 소리가 나는지 설명이 필요한데 단순히 호루라기라고만 자막이 달려 정보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경기도 관계자는 “가능한 부분들은 구현하려고 하지만 모든 영상에 전부 수어통역 화면이나 자막을 넣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고, 일선 지자체 한 관계자는 “시에 고용된 수어통역사가 있지 않아 유튜브 공식 채널에 올라가는 영상에 수어통역을 넣으려면 재정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수화언어법은 매년 2월 3일을 ‘한국수어의 날’로 지정하고 한국수어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고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