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아직 선거제도 못정하는 위법
개인의 이익보다 통 크게 양보하고
국민 원하는 길 갈때 선택 받는 법
자신을 던지는 정치인이 결국 승리
우리가 놓치고 있는 '정치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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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철희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2대 총선이 6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최소 64개국에서 선거를 치를 예정인데, 이는 전 세계 인구의 49%에 해당하는 역사상 최대 규모라고 한다. 2024년은 세계 많은 나라들의 운명을 좌우할 '선거의 해'가 될 전망이다.

선거는 오늘날 민주주의가 가능하게 만드는 핵심제도다.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에 존재했던 직접민주주의를 이상형으로 생각하고 대의민주주의를 결함이 있는 제도로 평가절하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도시국가에 비해서 훨씬 인구가 많고 넓은 지역에서 민의를 실현하는 방법을 인류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그리고 자신을 대변할 사람을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이 권리를 얻기 위해서 인류가 오랜 시간 동안 투쟁해 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선거가 그 자체로 민주주의인 것은 아니다. 사회주의 국가나 권위주의 체제도 선거의 형식을 갖추려고 하는 것이 최근의 추세인 것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정기적으로 치르는 선거 자체가 민주주의를 보장해주지 못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진정한 민주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선거의 본질적 의미를 다시 살피고 내실을 다지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선거의 본래 의미를 살리면서 민주주의를 제대로 시행하고 있는가? 정치학 전공자로서 좀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눈에 보이는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사실 하나로 인해 이야기를 더 이상 진전시키기가 민망하다. 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왔는데 선거를 치르기 위해서 가장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는 선거구와 비례대표 선출방식을 아직 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일 1년 전까지 국회의원 지역구를 확정해야 한다는 공직선거법(24조 2항)이 엄연히 존재하지만, 입법기관인 국회가 법을 아무렇지도 않게 어기고 있고 국회의원 누구 하나 책임지거나 반성하지 않는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가장 큰 원인은 의석을 하나라도 더 차지하려는 거대 양당의 욕심이다. 선거결과가 정치지형뿐 아니라 개별 정치인과 정당의 앞날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전혀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그러나 겉으로라도 그럴듯한 명분을 갖추려는 노력조차 이제 포기한 것 같아서 그것이 슬픈 것이다. 어떻게든 이기고 봐야겠다는 정략적인 속내를 가감없이 드러내는 몰염치의 시대가 도래했다. 선거제도를 둘러싼 논란 속에 어느 곳에도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 민의를 좀 더 정확하고 공정하게 반영해서 정치를 근본적으로 바꾸고자 하는 열망은 발견하기 힘들다. 사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도 모를 제도를 이리저리 궁리하느라 국민의 귀한 시간과 에너지를 허비하고 있다. 여야 모두 정치의 존재 이유를 망각하고 있다.

선거구와 선거제도를 놓고 벌어지는 현 사태에서 발견할 수 있는, 여야 정치인들에게 부족한 정치인으로서 갖춰야 할 태도가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민심에 대한 신뢰다. 말로는 국민이 옳고 국민만 믿고 가겠다고 떠들지만 정작 결정적인 순간에는 국민의 뜻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당장은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통 크게 양보하고 국민이 진정 원하는 길을 갈 때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부족한 것이다.

국민은 누가 작은 이익을 넘어 공동체 전체를 바라보는지, 분열보다는 통합을 지향하는지를 분별해서 결국 심판한다. 국민의 지혜 앞에서 어쩌면 선거제도의 차이는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지거나 좀 손해를 보더라도 그 결과를 발판으로 대한민국 정치에 더 크고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겠다는 거시적인 안목과 배포를 가진 정치 세력에게 국민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보상을 해 줄 것이다.

민심은 바다와 같다. 거센 파도와 끝을 알기 힘든 심연이 두려움을 주기도 하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살려고 발버둥치는 것이 아니라 물의 힘을 믿고 자신의 몸을 맡기는 사람을 띄워서 살려준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국민을 믿고 자신을 던지는 정치인이 결국 승리한다. 우리 모두 놓치고 있는 정치의 진실이다.

/신철희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