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의원 선거_경기도

[현장르포] 계양을 총선민심 "말 많지만, 정작 계양 지역이야기 없다"

입력 2024-02-04 19:24 수정 2024-02-04 19:40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2-05 3면

'뽑을 사람 없다' 주민 고민 깊어져

익숙한 윤형선·박형우 지지 목소리
"절박하고 오래 있던 후보들 기대"
신당 유명세 탑승 등 불편한 시선


→ 1면서 계속(원희룡-이재명 빅매치 임박… "이름값 기대" vs "연고가 중요")

국회의원선거 격전지 계양을
제22대 국회의원를 앞두고 인천 지역구 중 최대 격전지로 계양구을 지역구가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4일 계산역 사거리 횡단보도에 각 정당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4.2.4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계산역에서 150m 떨어진 곳에 저층 아파트 단지가 나타났다. 대통령·인천시장·구청장·지역구 국회의원 이름을 언급하며 재건축과 안전진단 면제를 요구하는 현수막이 아파트 단지 담장에 걸려 있었다. 이 일대에는 1980년대 말에서 1990년 준공한 노후 저층 아파트단지 3천700가구가 밀집해 있다.



1천가구 규모 아파트 단지에서 30년 넘게 거주했다는 이권형(55)씨는 "1988년 올림픽때 지은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바닷모래로 지었다고 하는데 외벽이 난리가 아니다. 도시가스배관에서 가스도 유출된다"면서 "누가 국회의원으로 오든 신도시뿐 아니라 이곳 구도심도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곳 한 아파트 단지 노인정을 찾아갔다. 80~90세 사이 여성 노인 7명이 모여 화투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어떤 국회의원이 '계양구을' 국회의원이 됐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노인들은 "국회의원끼리 싸우지 않아야 한다" "나쁜 말을 안 했으면 좋겠다" "다 필요없다"는 등의 말을 쏟아냈다. 그러면서도 "계양구를 위해서 제대로 일할 사람이 와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전영순(87)씨는 "거친 말 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예쁘게 말하고, 겸손한 그런 사람이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치인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한 달에 10번인 노인들을 위한 일자리 횟수를 (지금보다) 늘렸으면 좋겠다"는 목소리와, "노령연금을 조금 올렸으면 좋겠다"는 대답도 나왔다.

계양구청을 비롯해 소방서, 경찰서, 우체국, 보건소 등 관공서와 병원, 대형마트, 영화관, 먹자골목 등이 밀집한 계양구 내 최대 번화가인 계양문화로 일대에도 찾아가 목소리를 들었다. 계양구청으로부터 약 1㎞ 반경 내 학교만 20곳에 이르고, 인접 아파트만 수만 가구를 훌쩍 넘어 다양한 성별과 연령층의 유권자가 섞여 있는 장소다.

계산4동 오조산 공원에서 만난 두 노인은 최근 이곳에 출마하기로 한 원희룡 전 장관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계양구에서 50여 년을 살았다는 A(70대)씨는 "이곳도 이제 바뀔 때가 됐다"며 "항상 같은 곳(민주당)만 뽑아주니 지역이 변하지를 않는다. 내가 정치는 잘 몰라도 민주당이 계양에서 너무 편하게 있는 것은 알 것 같다"고 했다.

옆에 있던 B(70대)씨는 변화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국민의힘 출신 후보의 당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B씨는 "여기엔 옛날에 지방에서 가난하게 올라와 터를 잡은 사람이 많다. 민주당이 유리한 것도 그 이유"라며 "윤석열 밑에서 장관했던 사람이 오면 이곳이 바뀔 것 같긴 하지만 뽑는 사람들이 변하겠나"라고 했다.

이재명 당대표에 대한 '동정론'도 눈에 띄었다. 공원에서 체육시설을 이용하고 있는 성모(60대·여)씨는 "이재명이 검찰에 계속 괴롭힘을 받고 얼마 전에 칼까지 맞지 않았느냐"라며 "고생한 사람이 지역에서 다시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에 유모차와 함께 장을 보러 온 한 주부는 '선택지'가 없어 고민이라고 했다. 김모(37·여)씨는 "계양구에 출마하겠다는 정치인이 많아진 것 같은데 정작 지역 얘기를 깊게 하는 사람은 없어 누굴 뽑아야 맞는지 모르겠다"며 "뉴스에서는 이재명과 원희룡 이름만 나오는데 둘 다 계양구에서 실제 얼굴 본 적은 없다. 계양구가 서울로 가는 대중교통도 더 발달하고 아이가 커서 살기 좋은 곳이 됐으면 하는데 누구를 선택하는 게 좋은 거냐"고 반문했다.

로또 판매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도 "방송에서 정치인이 서로 다투는 내용만 나오는데 그 대표격들이 이곳에서도 싸운다고 생각하니 투표를 하기 싫어졌다"며 "국민 수준이 많이 높아졌는데 정치는 아직도 서로의 잘못만 지적하고 있다. 계양구 얘기를 좀 했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계양구를 위해 지역에 익숙한 인물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민주당에서 계양구을 출마 의지를 밝힌 박형우 전 계양구청장은 가장 최근까지 계양구에서 내리 3선 구청장을 지낸 지역 토박이다. 국민의힘 쪽에서는 윤형선 전 계양구을 당협위원장이 1998년 3월부터 병원을 운영하며 지역 텃밭을 닦아왔다. → 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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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중개사 정모(62)씨는 "계양구에서 국민의힘은 힘들지 않겠나. 민주당 후보만 따지자면 지역에서 오랜 기간 일한 박형우가 나오는 게 바람직하다"며 "윤형선도 고생을 많이 했는데, 여기선 '간판'(당)을 바꾸지 않는 이상 힘들 것 같다. 지역에 대해 잘 알고 관심 많은 사람이 나오길 바란다"고 했다.

다른 상인 C(40대)씨는 "한번 인물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익숙한 곳보다는 기회를 갖지 못했던 곳에서 가장 절박하게 오랜 기간 있었던 후보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계양구에서 열린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신당 '새로운미래' 창당식에 대한 불편한 시선도 있었다.

호남 출신으로 수십년간 계양구에서 공인중개사로 일한 박모(59)씨는 "민주당에서 빠져나온 신당에서 계양구에 후보를 내면 같은 쪽에서 표를 갈라먹게 된다"며 "원희룡이 이재명 대항마로 계양구에 출마하겠다는 것 자체가 계양구민을 바라보기보다는 자기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인데 지역민 입장에선 전혀 달갑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성호·조경욱·유진주기자 ksh9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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