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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경기도 의료를 살릴 수 있는 골든아워

입력 2024-02-12 19:19 수정 2024-02-12 19:34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2-1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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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선 정치부 기자
'골든아워'는 의학계에서 목숨을 살릴 수 있는 금쪽같이 귀중한 시간을 일컫는 용어다. 즉, 사고나 사건으로 심장마비, 대량출혈 등 목숨이 위급한 상황에 이르렀을 때 신속한 치료를 행하면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시간이다. 현재 경기도는 공공의료와 의료격차를 회복할 수 있는 귀중한 골든아워에 있다.

2020년 코로나19 감염병이 유행하고 엔데믹이 선언될 때까지 경기도의료원은 2년6개월 가량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전염병을 최전선에서 방어했다. 그 결과는 경기도의료원 산하 6개 병원의 3년간 의료손실 2천500억원이다. 도의료원이 코로나19 환자만을 치료할 동안 기존에 도의료원을 이용하던 환자들은 주변 병원으로 옮겨갔다.

지난해 여름, 도의료원 포천병원과 의정부병원을 찾아갔을 때 일부 병동은 창고처럼 쓰이고 있었다. 도의료원은 외래·입원 손님이 줄어 불가피하게 병동 일부를 폐쇄할 수밖에 없었다. 폐쇄된 병동에는 방역용 가림막과 집기들이 놓여 있어 마치 코로나19가 유행했던 순간에 머무는 듯 썰렁했다. 의정부병원의 낮은 층고와 병원 시설은 노후한 인프라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또한 6개 산하 병원은 의료진 채용을 위해 수 차례 공고를 냈지만 지원자가 없어 의료진 수급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지금은 진료를 서포트할 수 있는 인력과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도록 지원이 필요한 순간이다.



이런 상황에 경기 남부와 북부의 의료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경기 북부지역엔 의료기관 4천235곳이 있지만 경기 남부지역엔 의료기관 1만2천870곳이 있어 '4배' 정도 차이가 난다. 중증질환에 대해 암·이식 수술 등 난이도가 높은 의료행위를 전문적으로 하는 상급종합병원은 경기 남부지역에 5곳이 있지만 북부지역에는 전무하다. 의대도 없어 의사 비율은 인구 1천명당 1.6명 수준으로 전국 평균인 2.2명에도 못미친다. 지금은 남북부 의료격차 해소를 위한 방안도 필요한 순간이다.

경기도도 이에 공감해 지난 5일 동북부 공공의료원 설립계획을 내놓았다. 400개 병동 이상의 종합병원을 의정부, 동두천, 양주, 연천, 남양주, 구리, 양평, 가평 등 의료취약 지역 중 한 곳에 올해 3분기까지 부지를 선정해 설립할 계획이다. 도는 동북부 지역 특성에 맞게 고령화를 대비한 의료·돌봄의 복합 기능을 수행하는 방향을 설정했다. 실제 설립까지 4년 반 정도 걸릴 것으로 추산되지만 첫 단추를 끼운 것은 고무적이다.

다만 동북부의료원 설립과 기존 도의료원 산하 병원의 회복에 대한 지원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도의료원 코로나19 회복 기간 손실 지원 예산은 지난해 34억원에서 올해 10억원으로 감액됐다. 여전히 적자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도의료원이지만 지원금은 줄어드는 실정이다. 이에 김동연 지사는 동북부의료원 설립과 별도로 기존 6개 병원의 의료 서비스 향상과 개선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강원도 지방의 시골 병원에서 응급 외상 환자를 치료하는 의학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의사 김사부는 "포기하는 순간에 핑곗거리를 찾게 되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방법을 찾는다"고 말했다. 지금은 의료 환경이 열악하다고, 의사가 안 온다고, 의료원을 지을 부지가 없다고 핑곗거리를 찾을 때가 아니다. 손실보상·회복기 지원, 의료원 설립 등 방법을 찾을 순간이다. 공공의료 회복과 의료격차 해소를 위해 이번 골든아워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이영선 정치부 기자 zero@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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