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상 '절친' 안태준 단수공천 위한 조작" 주장

"우리 여론조사와 완전 반대 결과"
"친명계 포함된 수치거론 부적절"
작년에 전화 '올드보이 청산' 의지
文 "있을수 없는 일"… 탈당 선긋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경기 광주을에 출마를 준비 중인 문학진 전 의원에게 적합도 조사 결과를 직접 전하며 사실상 불출마를 권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천 작업이 진행 중인 과정에서 민감할 수 있는 사안을 당 대표가 직접 전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문학진 전 의원은 이 대표가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더민주혁신회의 소속 안태준 전 경기도시주택공사(GH) 부사장을 해당 지역구에 단수공천하기 위해 조작된 적합도 조사 결과를 근거로 들었다고 주장하며 반발했다.

13일 경인일보 취재에 따르면 문학진 전 의원은 지난 달 27일 오전 9시41분쯤 이 대표와 통화에서 안태준 전 부사장 31%·신동헌 전 경기 광주시장 11%·박덕동 전 경기도의원 11%·문학진 전 의원 10%의 적합도 조사 결과를 전달받았다.

문 전 의원은 통화에서 "안태준 전 부사장과 21%p가 차이가 나 '형님이 꼴찌'라는 말을 들었다"며 "우리가 2월1~2일 후보 4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와는 완전히 거꾸로 나온 결과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공천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예비후보에게 직접 적합도 조사 결과를 전달하는 것도 이례적이지만, '친명(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안 전 부사장이 포함된 지역구에 적합도 수치를 거론하며 전달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의견이 나온다.

적합도 조사는 공천 심사 총점 100점 중 40점을 차지하고 있다. 민주당 특별 당규에 따라 적합도 조사에서 1·2위 후보 격차가 20%p가 될 경우 단수공천이 가능한 만큼 문 전 의원은 이 대표가 안태준 전 부사장과의 격차와 구체적인 수치를 전달한 것이 사실상 '불출마'를 종용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앞선 지난해 12월에도 이 대표는 문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이른바 '올드보이' 불출마 필요성을 전달했던 것으로 보인다. 문 전 의원은 "당시 '생물학적 나이만 갖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 잘 생각해봐라'라고 이 대표에게 말했었다. 결국 내게 불출마를 종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탈당 가능성 등에는 우선 선을 그었다. 그는 "민주당에 30년 있었다. 불출마 권고를 하는 것은 공당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민주당이 정말 잘 되기를 바라는 사람이다. 당이 이런 식으로 가면 총선 망한다. 그래서 이런 행태를 그만두라고,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지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당 핵심 관계자는 "이 대표가 통화한 취지는 선배, 중진급 후보자들에게, 새로운 후배들에게 정치 입문 길 터달라는 당부의 취지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국민 눈높이 맞는 정치 쇄신 의지가 강하고 소위 말하는 올드보이 청산에 대한 의지도 있다. 그런 의지를 실행하는 단계로 보여진다"고 덧붙였다.

/오수진기자 nur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