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주골에 남은 종사자들
파주시, 성매매 집결지 폐쇄 절차
2년간 매달 자활생계비 지원키로
'생존권 사수 투쟁'에 나선 85명
부당 처우 반발·피해자 취급 거부
합의 없는 지자체 일방 발표 지적
무수한 사연을 품은 여자들이 파주시 용주골로 흘러들어왔다. 이 여자들에게 부여된 이름은 여러 가지였다. 한때는 달러벌이를 하는 '애국자'이자 '양공주', 보편적으로는 몸을 팔아 돈을 버는 '창녀', 근래에는 여성 인권을 후퇴하는 데 일조하는 '미친 여자'….
현재 용주골은 파주시의 '성매매 집결지 완전 폐쇄' 정책에 따라 철거 등 행정대집행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곳 85명의 여성은 순순히 물러서지 않겠노라고 선언했다. 용주골 성매매 집결지에 남아 있기를 고집하는 여성들과 이들을 지지해주는 시민들의 또렷한 목소리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노동' 밥벌이가 갖는 무게는 이곳에서 유독 무거워진다. 누군가는 부모의 병원비를 마련하려, 또 누군가는 가장으로서 막대한 빚을 갚기 위해…. 누구보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의자에 앉아 있는 파주 용주골의 여성들은 한겨울임에도 움츠러들지 않았다.
세상에서 가장 혐오 받기 쉬운 일을 직업으로 택한 이 여자들은 자신의 기구한 삶을 불쌍해 하며 눈물 흘려주기보단, 부당한 상황에 귀 기울이고 함께 싸워주기를 호소한다. 그리고 분명하게 자신을 호명한다. 나는, 우리는 '성 노동자'라고. 이들은 여성으로서의, 시민으로서의, 노동자로서의 '권리' 를 또박또박 이야기했다.
"재개발 계획 같은 것도 명확하게 나온 게 없으면서 '불법'이니깐 무작정 당장 떠나라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요. 자활 지원도 여기 '성 노동자' 여성들과 이야기하고 진행한 게 아니라 일방적인 발표예요." 지난 4일 용주골에서 만난 성매매 종사 여성 A(40대 초반)씨의 목소리 너머에는 단순한 볼멘소리 이상의 복합적인 구조적 문제가 담겨 있었다.
흔히 지자체에서 성매매 집결지를 폐쇄할 경우 이곳 종사자들에게 생활비를 1년여 동안 지급한다. 당연히 파주시에서도 매달 자활 생계비로 백만원 가량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더욱이 기간은 2년으로, 이는 다른 지자체보다 1년을 늘린 조건이지만 이곳 여성들은 지원받기를 거부한다.
근본적인 문제는 당사자들은 스스로를 성매매 '피해자' 가 아닌 '성 노동자' 로 정체화하고 있다는 데서 시작한다. 자신들의 싸움은 '피해자다움'을 거부하고 생존권을 사수하려는 투쟁이라며 단호하게 선을 긋는다. 자활 지원에 초점을 맞춘 지자체와 성매매 종사 여성들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는 원인이자, 자활 지원 금액과 기간이 문제 해결의 핵심이 아닌 이유다.
어이없다는 듯 웃어보인 A씨
지난해 5월 이곳에서 만난 성매매 종사 여성 B(46)씨는 "여기가 무슨 동물원도 아니고 뭐하는 건가 싶었다"라고 했고, A씨는 "아가씨들은 의자에 앉아 있고, 시민들은 보라색 풍선을 들고 거니는데 불편하기도 하고 인간적인 모멸감이 느껴졌다"고 허탈해 했다.
→2편에서 계속 (페미니즘과 노동권 '회색지대'… '성 노동자' 자활 지원 엇박자 이유는?")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