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담화에도 '빅5 병원' 이어 경기도내 전공의 사직서 제출

입력 2024-02-18 19:37 수정 2024-02-18 20:23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2-19 2면

의료대란 현실화 우려 확산

업무개시 명령 도내 1명 빼고 복귀
간호사, 의료인력 부재 업무 과중
의협 비대위, 25일 전국 비상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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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한덕수 국무총리의 '의대정원 증원 필요성 및 의사 집단행동 관련 대국민 담화문' 발표 방송을 보고 있다. 2024.2.18 /연합뉴스

18일 정부가 한덕수 국무총리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의사들의 집단 행동 자제를 촉구했지만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의사를 악마화하며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전공의들이 현장에서 이탈하며 의료대란이 현실화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경기지역 일부 전공의도 사직서 제출, 의료대란 위기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한 '빅5'(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전공의들이 전원 사직서 제출을 예고한 가운데 경기지역 일부 전공의들 역시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날 대한전공의협의회에 따르면 빅5 병원 전공의 전원은 19일까지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부터 근무를 중단하기로 했다. 이런 움직임은 도내에서도 포착됐다. 부천시의 한 종합병원 전공의 34명과 수원시의 한 상급종합병원 전공의 25명은 이미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섰지만 정부의 업무개시 명령에 1명을 제외하고 모두 현장에 복귀했다.



지난 16일 오후 6시 기준으로 전공의 수 상위 수련병원 100곳 중 23곳에서 71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고, 실제 사직서가 수리된 경우는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2023년 3/4분기 기준 도내 전공의는 2천54명으로 전체 의사 2만4천548명 중 8.37%를 차지한다. 이들 대부분이 응급 환자가 많은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에 있는 것을 고려할 때 응급실 당직 중심인 전공의들의 공백은 의료대란으로 이어져 환자와 시민들의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 지난 16일에는 도내 한 대학병원에서 폐암 4기로 수술을 받기로 했던 환자의 보호자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오늘 갑자기 담당 교수로부터 전화가 와 의사 파업으로 수술이 안 된다고 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안양시의 한 대학병원 인턴 전공의들도 같은 날 오전 6시부터 근무를 하지 않았으며, 레지던트 전공의는 20일부터 출근하지 않겠다고 간호사들에게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피해 고스란히 국민에게, 의료 공백 없어야"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며 "(전공의 사직 등)실제 행동으로 이어져 의료공백이 벌어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집단행동으로 인한 의료공백은 국민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삼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중증응급 환자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한 사례, 소아청소년과가 사라진 현실, 서울 대형병원 선호 현상 등을 언급하며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의료 개혁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절대적인 의사 수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의료 개혁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의대 정원 확대는 더 늦출 수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간호단체 역시 의사들의 집단행동 중단을 촉구하는 입장이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2006년 이후 18년째 의대정원이 3천58명으로 고정되며 부족한 의사 수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간호사가 받았다"며 "의사 수는 부족하고, 간호사의 진료보조 업무 범위는 명료하지 않아 간호사가 의사의 업무를 대신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의대 증원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장 간호사들은 의료인력 부재로 더해질 업무를 우려했다. 안양시의 한 대학병원 간호사 A씨는 "전공의들이 없으면 교수님들과 업무를 하는데 의사의 업무를 간호사가 해야 할 수 있다"며 "아직 전공의들이 현장을 떠나지 않았지만, 레지던트 전공의가 현장을 떠난다고 한 20일이 되면 업무 부담이 가중될 것 같다"고 토로했다.

경기도간호사회와 보건의료노조 경기본부 관계자는 "의사들이 의료현장을 떠나 의료대란이 일어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면서 "의료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간호사는 현장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의협 "의대생, 전공의 처벌하려 한다면 의료 대재앙 맞이"


한편 정부의 이 같은 입장에 의협 비대위는 즉각 반발 입장을 내놨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총리의 대국민 담화문은 의사들의 자율적인 행동을 억압하고 처벌하기 위한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며 "만약 정부가 대한민국 자유시민인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자유의사에 기반한 행동을 처벌하려 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의료 대재앙을 맞이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공의 사직 움직임과 맞물려 현직 의사 단체인 의협 비대위는 전 회원 투표로 집단행동 시기를 결정하기로 하고 오는 25일 전국 대표자 비상회의를 개최하는 등 투쟁 준비에 나섰다.

의협 비대위는 "정부가 국민과 환자들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의료 시스템을 정상적인 방향으로 개혁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의대 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폐기하고 의료계와 진정성 있는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지영·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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