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회색지대' 파고든 도시개발
지자체별 성매매 집결지 폐쇄
'개발·철거·방조' 공통 키워드
직업 특성상 편들기 쉽지 않아
자본·국가에 이용된 종사자들
재개발 명분으로 앞세운 '님비'
성매매 방지법 실현 목적 아냐
용주골 성매매 집결지에서 파생된 문제는 파주시를 넘어 경기도, 대한민국을 아우른다. 지자체별로 비슷한 듯 다른 성매매 집결지 폐쇄 움직임에는 '개발', '철거' 그리고 '방조'라는 공통 키워드가 숨어 있었다. 손쉽게 혐오 당하는 성매매 종사 여성들은 철저히 자본과 국가에 의해 도구로 이용돼 왔다. 이들은 어떻게 지워진 존재가 됐을까.
페미니즘과 노동권이 닿지 못하는 금단의 영역, '인권 회색지대'를 파고든 건 다름 아닌 '자본'이다. 현재 파주 용주골은 명확한 재개발 계획이 들어서지 않은 상황이지만, 대한민국 모든 성매매 집결지가 맞이한 최후는 일종의 '젠트리피케이션' 논리로 귀결됐다.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개발할 땅이 차츰 사라지고 마지막에 남은 공간은 그간 도심 내 슬럼가로 머물던 '집창촌'이다. 원주민인 성매매 종사 여성들을 내쫓는 건 으레 사회적 약자이자 소시민으로 일컬어지던 경제적 취약계층보다 수월하다. 쉽게 혐오 당할 수밖에 없는 직업적 특성상 누구 하나 정치적으로 세력화해주거나 순순히 목소리를 내주지 않는다.
재개발은 성매매 집결지 폐쇄에 방아쇠를 당기는 가장 강력한 명분이기도 하다. 파주 용주골의 갈등은 수원, 평택, 성남, 동두천 등 경기도 내에서 소란 끝에 마무리됐거나 현재 진행 중인 첨예한 문제다.
평택시 삼리는 2025년 착공·분양을 목표로 오피스텔과 아파트가 들어설 계획이다. 성남시 중동은 성매매 집결지 대다수 업소가 사라지고 민간 개발을 통한 공동주택 및 아파트가 들어선다. 동두천시 생연7리 역시 재개발 사업시행인가와 이주 관련 보상 협의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지난 2021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는 명과 암이 공존하는 현대 지역사라는 점에서 눈여겨봐야 할 사례다. 수원역 일대 부동산업자들의 "결국 포주는 건물주가 됐다"는 이야기는 예사말이 아니다.
60여 년간 공공연하게 불법적인 성매매가 이뤄지던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 폐쇄는 지난 2004년 제정된 '성매매 방지법'의 취지를 실현하거나 여성 인권 증진을 위해 추진된 것은 아니었다. 철저히 '님비' 등 혐오와 '도시 개발' 차원에서 진행됐다.
당시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 폐쇄 나섰던 정선영 수원여성인권돋음 대표
숙의 과정 없이 성매매 집결지를 무작정 폐쇄할 경우 막대하게 투입한 예산·행정력 대비 사회 전체적으로 얻을 실익 등 효능은 크지 않다. 폐쇄를 추진하기에 앞서 선행 사례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한 이유다.
현재 용주골 주민들은 성매매 집결지가 이미 '자연 소멸' 단계에 접어들었기에 강제 폐쇄 조치는 '행정력 낭비'라고 지적한다. 코로나19 이후 이곳을 찾는 발길이 줄었고,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영업 흐름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곳 여성들이 다른 지역의 성매매 집결지로 가거나, 더욱 폐쇄적으로 영업하는 오피스텔 등으로 숨어버릴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성매매 산업은 풀기가 굉장히 까다로운 문제이기에 단칼에 해결할 수가 없다. 지역마다 형성된 조건이 다 다르다. 수원역은 교통의 요지에 있었고, 파주는 주한미군이 들어서면서 생기기 시작한 곳"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심에 더는 개발할 곳이 없으니 성매매 집결지로 자본의 논리가 침투하는 것이다. 성매매 종사 여성들은 사회적으로 취약한 여성이기에 더 쉽게 철거가 진행되는 측면이 있다"며 "오랜 기간 여성들이 그곳에서 공동체를 형성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동절기 거주지 철거는 국제법으로도 금지하는 사항이기에 성매매 집결지 폐쇄는 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4편에서 계속 (인권 아닌 자본의 편에 선 국가… 도구로 쓰여진 존재 '성 노동자')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