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흥행 키워드 #MZ무당 #덕질 #국뽕

인물마다 특징 뚜렷… 스타일리시함 뽐내
친일파·명당에 말뚝박은 일제 등 부조리
무속신앙으로 응징… 카타르시스 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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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묘’ 스틸 장면. /쇼박스 제공

프랑스 의류 브랜드 르메르의 옷을 차려입고 포르쉐에 기대 아이스 커피를 마시는 한 무당. 그의 두 발을 감싸는 건 꽃신이 아닌, 하얀 올스타 컨버스. 곧이어 마샬 스피커를 옆에 두고 무당이 한바탕 굿을 벌인다. 북소리와 방울소리가 이승 너머까지 진하게 울려 퍼진다.

지난 22일 개봉한 영화 '파묘'의 인기몰이가 심상치 않다. 개봉 4일 차인 지난 주말 일찌감치 200만관객을 돌파했다. 특히 호러 마니아층보다는 대중을 타깃으로 삼아 곧바로 적중하면서, '코리안 오컬트' 장르의 무궁무진한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공포 영화인 '파묘'의 순항은 거칠게 표현해 '덕질'과 '국뽕', 두 키워드가 키를 잡고 있다. 영화 속에는 소위 '덕질할 맛나게 하는' 요소들이 장면 곳곳에 숨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장재현 감독은 인물 하나하나마다 특징을 살려 매력 포인트가 될만한 요소를 뽑아냈다. 가장 눈에 들어오는 건 단연 배우 김고은이 표현한 이른바 'MZ무당'이다. 전형적인 무당 모습에서 벗어난 데다, 스타일리시한 외형을 장면마다 뽐내며 관객의 마음을 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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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묘’ 스틸 장면. /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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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묘’ 스틸 장면. /쇼박스 제공

곧이어 찾아오는 3·1절도 영화 상영 시기와 맞물려 관객에게 '국뽕'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요인이다. 영화에서 벌어지는 사건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한국의 역사적 비극과 치욕에서 기인한다.

나라를 팔아먹은 대가로 큰 부를 얻어 대대손손 호의호식하던 친일파, 식민지 시기 조선의 정기를 끊어놓고자 주요 명당자리에 말뚝을 박은 일제 등. 이 해묵은 부조리를 무속신앙이라는 무기로 단죄한다. 적을 향해 멋지게 칼을 휘두르면서 '우리 민족'의 역적을 응징하는 서사는 그야말로 '국뽕'을 제대로 차오르게 한다.

여기에 다시 '덕질'이 뒷심을 발휘해 힘을 보탠다. 카타르시스를 맛보고서 극장을 나선 관객에게 되새김질할 시간이 찾아온다. 영화를 이끌어 가는 네 명 주인공의 이름과 소품들의 모양새는 자세히 보면 심상치 않다. 이화림·윤봉길 등 독립운동가의 이름을 따오거나, 1945·0815처럼 특정일을 차량 번호판으로 은근하게 드러낸다.

현재도 'X(구 트위터)'에는 실시간으로 '파묘' 2차 창작물을 만들어 공유하거나, 숨은 의미를 찾아 이야기하는 게시글이 속속들이 올라오는 중이다. 3·1절 이후에도 해외 대작 '듄: 파트2'에 밀리지 않고 꾸준히 순항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다. 한국 영화사 최초로 공포 영화가 '천만 신화'를 쓸 날도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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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묘’ 포스터. /쇼박스 제공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