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교육청 제도 시행… 교사노조 "교사가 보조 역할 전락 우려"
인천시교육청이 새 학기부터 '학교폭력 전담조사관 제도'를 전면 시행한다. 교사를 학교폭력 사안과 분리해 악성 민원 등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취지인데, 학교폭력 조사에 교사가 참석할 가능성이 높아 이 제도의 실효성이 낮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행정안전부, 경찰청과 함께 '학교폭력 사안 처리 제도 개선 및 학교전담경찰관 역할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주된 내용은 교사들의 학교폭력 업무 부담을 줄이고, 관련 사안 처리에 공정성과 전문성을 강화하도록 '학교폭력 전담조사관'을 신설하는 것이다.
그동안 교사들 사이에선 학교폭력 사안을 맡아 학부모 협박, 악성 민원 등에 시달리면서 정작 수업과 생활지도에는 집중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컸다. 이에 교육부는 올해 3월부터 학교폭력 업무를 교사 대신 전담조사관이 담당하도록 개선했고, 이를 반영한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령도 이달 20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발맞춰 인천시교육청은 지난 26일 학교폭력 전담조사관 62명을 위촉했다. 전담조사관은 학교폭력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해 학교폭력 조사나 상담 경험이 많은 퇴직 경찰·교원, 학생 상담 전문가 등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올해 3월부터 1년간 일선 학교의 학교폭력 피해·가해 사실 조사, 학부모 면담, 학교전담경찰관과의 정보 공유 등 관련 업무를 담당한다.
다만 인천시교육청은 필요할 경우 전담조사관이 학생을 조사하는 자리에 교사를 동석하도록 할 계획이다. 해당 학생과의 신뢰 관계가 부족한 외부 전담조사관이 관련 조사를 진행하면 학생 불안감이 커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경우 담당교사가 동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교육부 가이드북에는 학교장 판단에 따라 교사 동석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교사들은 제도 도입 취지에 어긋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인천교사노동조합이 이달 20~22일 교사 1천6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교사 동석 계획에 1천33명(97.0%)이 반대했다. 교사가 동석하면 무분별한 악성 민원 등 문제가 지속될 것이라는 응답자도 983명(92.3%)에 달했다. 이 제도로 교사의 학교폭력 업무가 줄어들기를 기대하는 교사는 24명(2.2%)에 그쳤다.
28일 인천교사노조는 "이대로 제도가 시행된다면 관련 업무에서 교사가 배제되기는커녕, 전담조사관의 보조 역할로 전락할 것"이라며 "일선 학교에서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곧바로 인천시교육청에 보고하고, 전담조사관이 즉시 학교를 방문해 (교사를 거치지 않고) 사안 조사부터 행정 업무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하는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