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비용 상승 등 소비자 부담
인천 중고거래 한주간 50건 넘어
1만8000원 책정 5시간만 판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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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원고등학교에서 졸업식이 열려 한 가족들이 졸업생에게 선물할 꽃을 고르고 있는 모습. /경인일보DB

올해 들어 꽃 가격이 치솟으면서 이른바 '졸업·입학식 특수'가 사라졌다. 축하용 꽃다발을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사고파는 사례도 늘었다.

인천 서구에 거주하는 정민수(가명)씨는 올해 자녀의 초등학교 졸업식을 앞두고 꽃다발 가격을 알아보다 깜짝 놀랐다. 비싸야 3만원 선으로 생각했던 꽃다발 가격이 5만~7만원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정씨는 "꽃다발 없이 졸업식에 가야 하나 고민했지만, 아이의 첫 졸업인 만큼 안 살 수 없었다"며 "아무리 물가가 많이 올랐다지만 일회용이나 다름없는 꽃다발을 이 가격에 구매하기 부담스러웠다"고 했다.

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유통정보에 따르면, 서울 양재동 aT화훼공판장에서 거래되는 장미 한 단(10송이) 도매가격은 1만2천492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월 7천79원보다 77.2%나 오른 가격이다. 입학식 꽃다발로 자주 쓰이는 프리지어 한 단 가격도 같은 기간 1천467원에서 2천272원으로 54.9% 올랐다.

가격이 1년 사이 급등한 이유는 올해 1분기 생화 출하량이 기후변화로 예년보다 줄어든 게 영향을 미쳤다. 장미, 국화, 백합 등 절화 출하량은 지난해 2월 153만단에서 올해 2월 138만단으로 줄었고, 이달 들어서도 감소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화훼농가의 비용 부담이 커진 것도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지난해 가스요금을 비롯한 공공요금이 오르면서, 겨울철 생화 재배를 위해 난방시설을 가동하는 농가의 비용이 고스란히 도매가격에 반영됐다.

화훼공판장에서 소매로 생화를 가져와 판매하는 꽃가게 역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남동구에서 꽃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산지에서 꽃을 키우는 농가도 그렇지만, 꽃집 역시 생화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들어가는 난방비와 전기요금 등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꽃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도매가격이 최소 20%에서 50%까지 올라 가격을 안 올릴 수가 없다"고 했다.

졸업과 입학 등 생화 수요가 늘어나는 시기에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자 중고거래를 통해 꽃다발을 사고파는 사례도 있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는 초·중·고등학교 입학식을 앞두고 꽃다발을 판매한다는 인천지역 거주자들의 게시글이 1주일 사이 50건 넘게 올라왔다. 1만8천원에 책정된 한 꽃다발은 게시글이 올라온 지 5시간 만에 판매되기도 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