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민원

[김포 공무원 사망사건] 숨 막히는 악성민원, 참는 것 외엔 매뉴얼 없다

입력 2024-03-06 14:19 수정 2024-03-08 14:40

“최근 5년내 경험” 84% 응답

민원 모자라 육체적 폭력까지

감내 당연시하는 관료문화 문제

“공무원 안전 강제보장 법률을”

복지센터

악성민원에 시달리는 공무원들이 폭력을 당하기도 하는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기도내 한 복지센터. /경인일보DB

온라인상에서 이른바 ‘좌표찍기’와 항의전화에 시달리던 김포시 9급 공무원이 숨진 채 발견(3월5일자 인터넷판 보도=[단독] 인터넷카페 좌표 찍힌 김포시 공무원 숨진채 발견)되면서 악성민원과 신상털이로부터 공직자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고개를 들지만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은 요원하다. 그 사이 전국 각지의 공무원들이 악성민원과 유무형 폭력에 무방비 노출돼 신음하고 있다.

[단독] 인터넷카페 좌표 찍힌 김포시 공무원 숨진채 발견

[단독] 인터넷카페 좌표 찍힌 김포시 공무원 숨진채 발견

신상과 연락처 등을 불특정 다수에 공개하는 이른바 `좌표 찍기`에 시달리던 김포시 공무원이 숨진 채 발견됐다. 5일 복수의 제보자와 김포시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날 정오께 인천 서..

6일 일선 지자체에 따르면, 악성민원도 모자라 공무원에게 폭력을 가하는 사건이 최근에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파주시 소통 담당 공무원은 민원인 자택에 방문했다가 쇠망치로 머리를 수차례 가격당했다. 환경 관련 민원을 1천건 이상 제기해온 민원인의 자초지종을 듣고자 찾아간 자리에서 폭행을 당한 것이다. 지난해 4월 구리시에서는 30대 공무원이 수습기간을 끝내고 며칠 지나지 않아 민원인 때문에 스트레스를 겪다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2021년 포항시에서는 택시 감차정책에 불만을 품은 60대 남성이 담당부서 공무원의 얼굴 등에 염산을 뿌리는 테러가 발생해 사회에 충격을 줬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이 지난해 말 소속 조합원 7천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을 보면, 응답자의 84%가 최근 5년 사이 악성민원을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조사에서 두드러진 건 악성민원으로부터 ‘출구’가 없다는 점이었다. 조사대상 중 88.3%가 ‘참고 견뎌야 하고, 공무원 개인이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구조’ 등 근무처의 악성민원 대응태도를 부정적으로 봤다. 또 76.3%는 소속 기관에서 적절한 조치가 없다고 답했다.

이처럼 공무원 대상 악성민원은 시시각각 일어나지만, 공직자에 대한 뿌리깊은 통념과 관료문화 등 구조적 문제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 등에서는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 들지 않는다는 비판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기도 내 한 지자체 관계자(팀장급)는 “헌법상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 규정된 공무원의 지위 때문에 민원인으로부터 어떤 부당한 일을 겪고 공격을 당해도 무조건 참을 것을 사실상 강요받고 있다”며 “대다수 시민에게 피해가 갈 수밖에 없는 악성민원까지 왜 감내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기남부 한 지자체 관계자 또한 “민원이 많이 들어오거나 모두가 기피하는 업무를 맡아도 부서 이동이 잘 이뤄지지 않고, 어쩔 수 없이 해야 한다는 인식이 조직에 강해서 (반복 악성민원에도) 크게 문제 삼지 않고 일을 처리한다”고 했다.

민원인이 공무원을 위협하고 폭행하는 일이 잇따르자 지자체마다 보디캠과 유리막, 비상벨 등을 속속 도입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사후 조치에 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구나 이번 ‘김포 공무원 사망사건’에서는 민원인에게 사전 고지해야 하는 제약 탓에 통화 녹취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주석 전국시군구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은 “상대방에게 사전 동의를 구하지 않고 모든 대화 내용을 녹음하면 개인정보법에 저촉돼 공무원들이 녹음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서 “안전요원 배치와 안전장치를 설치하는 것도 기관장의 자율 의지에 맡겨져 있어 시군별 편차가 큰데, 이를 강제할 만한 법률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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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현·김우성기자

joeloac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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