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출신 '원중식 선생 서집·전각집' 출판 기념식·추모전
시계연서회, 인사동 백악미술관서 개최
미발표작·시기별 대표작품 120점 선보여
강인한 필력·자유분방한 필치… 27일까지
사진작가 윤주영 전시회 '백인백상(百人百想), 한국을 움직이는 백 명의 명사들'(2009년 세종문화회관)에 출품된 남전 원중식의 휘호 모습. /시계연서회 제공 |
인천 출신 서예 대가의 맥을 이은 남전(南田) 원중식(1941~2013) 선생의 서집·전각집 출판 기념식 겸 추모전이 오는 21일 서울 인사동 백악미술관에서 막을 올린다.
남전은 한국 현대 서예사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 검여(劍如) 유희강(1911~1976) 선생의 대표적 제자다. 검여·남전의 후학 모임인 사단법인 시계연서회는 올해 남전 11주기를 맞아 전국 방방곡곡에 흩어진 남전의 서예·문인화 작품 1천100여점과 전각 작품 500여점을 총망라해 4권의 서집·전각집을 펴냈다.
남전 서집·전각집 출간을 기념해 열리는 이번 전시는 기존 3차례의 유작전에서 발표되지 않은 작품과 시기별 대표작 120여점을 선보인다. 남전의 작품 세계를 한 공간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전시를 구성했다. 남전의 첫 유작전은 2014년 인천남동문화예술회관(남동소래아트홀)에서 열리기도 했다.
원중식 作 서기춘풍련(瑞氣春風聯). /시계연서회 제공 |
인천 부평 출생으로 인천중, 제물포고, 서울대를 졸업한 남전은 대학교 1학년 때인 1960년부터 검여에게 서예를 배우기 시작했다. 대학 재학 중인 1963년부터 대한민국미술대전(국전)에서 4차례 입선하는 등 일찌감치 서예가로서 자질을 인정받았다.
남전은 1968년 검여가 뇌출혈로 쓰러진 이후 스승을 등에 업고 다니며 극진히 간호했다. 검여가 10개월 만에 마비된 오른손 대신 기적적으로 좌수서(左手書)로 재기한 일화는 한국서단에서 유명하다. 남전은 검여 사후 그의 작품집을 집대성하기도 했다.
서예가로서 남전은 현대미술초대전, 서울서예대전, 한국서예100인전 등 각종 서예전에 초대됐다. 1980년 대만, 홍콩 등지에서 열린 국제서법전에도 한국 대표로 참가했다. 전국휘호대회, 동아미술제, 대한민국서예대전 등에서 심사위원과 운영위원을 맡기도 했다. 2008년 '제1회 일중서예상' 대상을 받았다.
남전의 서체는 우직하고 강인한 필력과 웅혼한 기상을 지녔으며, 장대한 스케일과 자유분방한 필치를 보인다는 평가다. 그러면서도 남성적 필치에만 기운 게 아니라 섬세하고 우아하며, 미묘한 조형미를 보여주는 여성적 아름다움도 찾을 수 있다는 평가가 있다.
원중식 作 묵죽도(墨竹圖). /시계연서회 제공 |
시계연서회를 중심으로 남전의 제자들은 그가 타계한 직후부터 생가와 유품을 정리하기 시작했고, 10년 남짓 전국 곳곳을 다니며 작품을 수집하고 사진을 촬영했다. 이번 서집·전각집은 그 결과물이다. 시계연서회의 '시계'는 검여의 고향인 시천동(인천 서구)을 뜻한다.
시계연서회 관계자는 "추후 부족한 부분에 대한 보완 작업과 새로 발굴되는 작품에 대해서는 서집·전각집 증보 작업을 이어갈 것"이라며 "지면 관계상 아쉽게 싣지 못한 일부 작품은 추후 단행본 출판 작업도 병행하는 등 스승을 기리는 작업을 쉼 없이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추모 전시는 27일까지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저작권자 ⓒ 경인일보 (www.kyeongin.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