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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 Pick] 관심 받고픈 '좌표' = 사지에 찍는 '비수'

입력 2024-03-07 20:22 수정 2024-03-27 17:23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3-08 2면

김포시 공무원 사망, 그 원인은


포트홀 보수공사 관련 차량 정체
담당자란 이유만으로 '타깃 지목'
온라인서 인신 공격 무방비 노출

전문가 "홀로 감당 제도적 문제…
보호할 선제적 대응체계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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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경기도지사가 7일 오후 1시20분께 김포시 공무원 추모공간을 방문해 애도를 표했다. 이날 김동연 지사는 김포 북변5일장 민생현장 점검 차원에서 김포를 찾았는데, 추모공간은 예고 없이 갑작스럽게 방문했다. 지난 5일까지만 해도 김 지사의 김포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으며 이날 추모공간 방문도 공식 일정에 포함되지 않았다. 민생현장 점검과 더불어 김포시 공무원의 안타까운 사망소식에 외부에 알리지 않은 채로 조용히 홀로 추모공간을 찾아 애도한 것으로 보인다. 2024.3.7 /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김포시 9급 공무원 A씨가 숨진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속칭 '좌표 찍기'(3월5일 인터넷판 보도=[단독] 인터넷카페 좌표 찍힌 김포시 공무원 숨진채 발견)는 이름과 연락처 등 신상정보를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하는 것을 뜻한다. 특정인을 격려·응원하려는 목적도 더러 있으나 대개 비난을 유도하기 위한 부정적인 의도로 사용된다.

A씨는 한 부동산 관련 온라인카페에서 '좌표'가 찍혔다. 지난달 29일 밤 김포한강로에서 진행된 포트홀 보수공사와 관련해 차량 정체가 빚어졌는데, 이 공사가 A씨 담당업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타깃이 된 것이다.



그는 항의성 민원에 시달린 것도 모자라 실명과 소속부서·직통전화번호 등이 공개된 채 온라인상에서 '정신 나갔네요' 등 인신공격성 폭격 글에 무방비로 노출됐다.

온라인 특성상 게시글이나 댓글로 한번 표적에 오르면 쉽게 벗어날 수 없고 확산 속도 역시 걷잡을 수 없는 게 일반적이다. 한순간에 추락한 인격권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 같은 민원을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공무원들에게 지속적인 심리상담 등 기관 차원의 포괄적인 지원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단순히 인정받거나 주목받고 싶어 공격적인 글을 쓰는 게 온라인에 퍼진 일반적인 정서라면, 그런(악성민원을 겪는) 일이 점점 많아질 수밖에 없다"며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심대한 위협으로 다가오면서 2차 가해를 피하지 못하고 트라우마까지 겪을 수 있고, 이 때문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공무원뿐 아니라 기본적으로 민원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을 폭넓게 지원하는 국가적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A씨가 정당한 공무행위 속 갖가지 모욕을 겪으면서도 제도적인 해법을 고민조차 하지 못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김포시와 김포시청공무원노조 등에 따르면 A씨는 최근 악성민원으로 가중된 심적 부담을 자택 컴퓨터에 글로 수차례 남기면서도 기관의 도움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6일 김포시청 직원게시판에서 한 직원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담당자에게만 민원이 몰리고 혼자 감당해야 하는 지금의 제도에 문제가 있다"며 조직 차원의 변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제도적인 민원이 아닌, 특정 개인을 비방 목적으로 지목하는 방법은 통상의 민원과 다르고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와 모욕죄, 나아가 온라인에서 행위가 반복·지속적일 경우로 처벌이 강화된 스토킹처벌법으로도 다룰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범죄이기 앞서 공무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 법률적 고민 등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선제적 대응체계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한편 김포시는 A씨에 대한 '좌표 찍기'가 벌어진 온라인카페 회원들을 경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시는 자문변호사와 함께 구체적인 혐의를 검토하고 있으며 현재 증거자료를 수집 중이다.

/김우성·조수현·변민철기자 joeloac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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