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 배려 눈곱만큼도 없는… 공중화장실
작전공원에 전용 대·소변기 없어
지역 1446곳 중 2.7%만 설치 그쳐
변기커버·기저귀교환대 기대 못해
"놀다가 급하면 어린이집으로…"
12일 낮 12시께 인천 계양구 작전공원.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듯한 아이들이 해맑게 웃으며 공원 이곳저곳을 아장아장 걸어다녔다. 낮 최고기온이 10℃까지 오른 포근한 날씨여서인지 놀이터에서 미끄럼틀과 그네 등을 타며 뛰노는 어린이가 꽤 많았다. 놀이터 바닥에는 아이들이 넘어져도 크게 다치지 않도록 고무 매트가 깔려 있었다.
하지만 공원 공중화장실에선 아이들을 향한 배려가 보이지 않았다. 어린이용 대·소변기는 물론 성인용 변기 위에 설치하는 유아용 변기 커버도 없었다. 5세 미만의 영유아 기저귀 교환대도 찾을 수 없었다.
원아들과 함께 놀이터를 찾은 근처 어린이집 이정희(50) 교사는 "아이들은 성인용 변기에 앉으면 엉덩이가 쑥 빠져 볼일을 보는 동안 어른이 옆에서 붙잡아 줘야 한다"며 "화장실을 가기도 불편하고 기저귀 교환대도 없어서 보통 놀이터에서 놀다가 아이들이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하면 어린이집으로 급히 돌아간다"고 했다.
이 공원 화장실만 그런 게 아니다. 공공데이터포털에 공시된 전국 공중화장실 표준데이터를 보면, 공공기관이 설치한 인천지역 공중화장실 1천446개 중 2.7%(40개)에만 남녀 화장실에 어린이용 대·소변기가 설치돼 있다. 또 전체의 72%(1천52개)는 기저귀 교환대가 없다.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중화장실에는 어린이용 대·소변기와 세면대, 영유아 기저귀 교환대를 설치해야 한다. 해당 법률이 시행되기 전에 설치된 공중화장실은 적용되지 않지만, 법률 시행 후 들어선 공중화장실에도 영유아·어린이 편의시설이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어린이용 대·소변기와 세면대 설치가 의무화된 것은 2006년 10월부터인데, 이후 생긴 인천지역 공중화장실 254개 중 남녀 화장실 모두에 어린이용 대·소변기를 갖춘 곳은 15개(6%)뿐이다. 기저귀 교환대는 설치 의무화 시행(2021년) 이후 지어진 공중화장실 25개 중 10개에만 있다.
인천시는 해당 법률 시행규칙을 보면 화장실 면적, 인근 공중화장실과의 거리 등에 따라 영유아·어린이 편의시설을 설치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인천시 수질하천과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인천지역 공중화장실을 전수 조사하고 있다"며 "영유아·어린이 편의시설을 설치하지 않아도 되는 화장실이라도 면적이 충분하다면 해당 시설을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