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 먹어도 싸다. 찾아간다 전해라” 등 발언

인터넷에 글쓰고 폭언전화한 15~20명 대상

정보통신망법 명예훼손·공무집행방해 혐의

“고인 명예회복과 순직 인정에 최선 다할것”

김병수시장 수사의뢰 재송
13일 오전 김포경찰서에서 김병수 김포시장과 유세연(왼쪽) 김포시청공무원노조위원장이 최근 악성 민원에 시달리던 공무원 사망사건과 관련해 수사를 의뢰하기 위해 통합민원실로 들어가고 있다. 2024.3.13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김병수 김포시장이 자신의 직원을 죽음에 이르게 한 이들을 처벌해 달라며 직접 수사를 의뢰했다.(3월 5일 인터넷 보도=[단독] 인터넷카페 좌표 찍힌 김포시 공무원 숨진채 발견)

김 시장은 13일 오전 11시 유세연 김포시청공무원노조위원장과 함께 김포경찰서를 찾아 수십 쪽 분량의 수사의뢰서를 제출했다. 숨진 공무원 A(37)씨의 신상정보를 인터넷카페에 수차례 공개하고 비난을 유도한 회원과 비난에 가세한 회원, 전화로 폭언을 쏟아부은 민원인 등 신원불상자 15~20명이 의뢰 대상이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공무집행방해죄 및 모욕죄 위반이다. A씨 사망 이후 시는 증거 수집과 법률 검토를 진행해왔다.

앞서 김포시 9급 공무원 A씨는 연휴 직전인 지난달 29일 밤 도로파임(포트홀) 긴급 보수공사에 따른 김포한강로의 차량정체와 관련, 불특정 다수에 신상을 노출하는 ‘좌표’가 찍혀 항의 민원에 시달리다 지난 5일 오후 인천 서구 주차된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포트홀 공사가 있던 날 카페 한 회원은 공사에 불만을 표하는 타인의 게시글들에 댓글을 달며 A씨의 실명·소속부서·직통전화번호를 캡처한 이미지를 4차례에 걸쳐 올렸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공사 승인하고 집에서 쉬고 계신 분이랍니다’라거나 ‘집에서 쉬고 있을 이 사람 멱살 잡고 싶네요’ 등의 글을 추가로 달았다. 하지만 A씨는 이날 자정 이후까지 공사현장을 지켰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의 신상정보를 파악한 회원들은 인신공격성 글을 달고 시청 당직실에 60여차례 전화해 심한 욕설을 섞어 항의했다. 이 중에는 ‘해당 공무원은 욕먹어도 싸다. 찾아간다고 전해라’고 발언한 민원인도 있었다. A씨 소속부서는 연휴가 끝나고 첫 출근 날 종일 걸려온 항의전화에 업무가 마비됐다.

시는 수사의뢰서에서 포트홀 민원 급증에 따라 서울을 잇는 중요 길목인 김포한강로의 긴급공사가 불가피했던 점을 설명하고, 시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심야시간대에 공사가 이뤄졌음을 강조했다. 아울러 A씨의 근무태도에 문제가 없었다는 점도 짚었다.

이날 김 시장은 “고인의 명예회복을 위해 수사를 의뢰했고, 순직 인정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이번 일을 통해 즉각적인 법적대응 등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국민신문고 고질민원 등 여러 개선방안을 정부에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혐의 적용과 관련해서는 “조직적으로 좌표를 찍어 (비난을)독려할 때는 공무집행방해, 이 과정에서 가해진 욕설·혐오발언 등은 모욕죄가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사실과 다른 내용을 인터넷에 올리고 좌표찍기를 통해 확산한 건 명예훼손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