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투자처 발굴해 이익 공유
그들에겐 많은 수익 회사가 최고
좋은 제품·사람 갖춘 스타트업
쫓아다니며 투자하겠다고 다투는
그야말로 '갑'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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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종익 에버스핀 감사
스타트업은 자기 돈으로 사업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돈을 받아서 하는 속성이 있다. 스타트업에 돈을 투자하는 사람을 통상 VC(벤처캐피털)라고 한다. 도움받는 길은 3가지밖에 없다.

첫째 보조금이다. 그냥 주는 돈이다. 액수는 많지 않다. 공짜라 좋기는 좋은데 사회적 약자들의 생계를 위한 수단으로 한다면 모를까 보조금 받아서 스타트업하겠다고 생각했다면 그만두는 것이 좋다. 특히 부모나 친구일 경우는 더욱 그렇다. 두 번째는 돈을 빌리는 것이다. 이자도 지급해야 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갚아야 하는 돈이다. 이는 스타트업 정신에 맞지 않고 보통 말하는, 그냥 창업이다. 부모나 친구에게 빌릴 수도 있고 금융기관에서 빌리는 경우 모두 마찬가지이다. 셋째가 바로 스타트업이 추구하는 투자에 의한 방법이다. 투자의 대가로 지분을 제공한다. 만일 회사가 망해도 갚을 필요가 없다.

스타트업은 돈을 받는 사람이고 VC는 돈을 주어야만 살 수 있는 존재다. 돈을 못 받은 스타트업은 결국 망하게 되지만 돈을 투자하지 못한 VC도 수익이 없어 망하기는 마찬가지다. 필연적으로 돈을 누구에게인가 투자해서 그것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있어야 한다. VC는 누구인가? VC는 그냥 VC다. 마음 착하고 선량한 자선 사업가도 아니고 높은 경영철학과 이념을 가지고 세상의 발전을 위하여 헌신하는 사람도 아니다. 좋은 투자처를 발굴하여 그들과 함께 이익을 공유하고 그 결과를 향유하는 경제 주체이다. 환상적으로도 비관적으로도 생각할 필요 없는, 그냥 이익 추구 기업이다.

VC도 돈을 제공한 사람(이를 LP라 함)이 있고 이 돈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사람(GP)이 있다. 스타트업이 만나는 사람은 GP다. GP는 회사를 잘 운영하여 수익을 올리면 LP와 그 수익을 나누어 갖는다. LP는 GP 활동에 필요한 경비와 임금을 인정하고(투자금의 몇 퍼센트) 성과를 올리도록 지원한다. 사실 VC도 월급쟁이가 운영하는 것이다. 스타트업 앞에서는 '갑'처럼 행세하지만 LP에게는 '을'이다.

VC에게 가장 예쁜 사람은 회사를 성공시켜 많은 수익을 올려주는 사람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VC가 '갑'이 아니라 스타트업이 '갑'이다. 그래서 스타트업 대표가 피치를(투자유치설명회) 할 때는 언제나 '갑'의 인상을 주어야지 '을'의 인상을 주면 투자를 받지 못한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모든 역량과 능력과 의지를 자신있게 드러내야 한다. 우물쭈물하거나 겸손하고 낮은 자세는 필요가 없다. 나를 100% 들어내기 위해서는 100%만 표현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VC도 스타트업의 말을 그대로 다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당연하므로 120%, 150%는 말을 해야 겨우 100% 전달이 될까 말까 하다.

그렇다고 거짓이나 사기를 치라는 뜻이 아니다. 있는 사실을 그런 생각으로 잘 구성하라는 뜻이다. 자기의 학력·경력·장점·능력·탁월함·다른 팀이나 스타트업과의 차별점을 강력하고 자신있게 피력하여야 한다. 경험한 것이나 우리 제품이나 기술의 혁신성·장래성·차별성·성공에 대한 자신감과 그 이유 등 말할 것은 무엇이든 말하라. 낯 뜨겁게 뭐 이런 것을 말해라고 미리 겁먹을 필요가 없다. VC에게 당신이 나에게 투자 안 하면 손해 보리라는 것을 확신시켜 줘라. 겸손은 금물이다.

사마천의 사기 열전에 장자에 관한 글이 있다. 초나라 위왕이 장자가 똑똑하여 재상을 주겠다고 제의하니까 거절하며 '소 주인이 제물이 될 소를 잘 키우는 것은 소가 잘나서가 아니라 좋은 제물(祭物)을 만들기 위함이 아니겠는가'라는 말을 한다. VC가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은 스타트업이 잘나서가 아니다. 그것이 가져다줄 재물(財物=성공)이 크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대표는 내가 커다란 재물이 될 수 있음을 확신해야 한다.

좋은 제품과 사람을 가지고 있는 스타트업은 VC들이 쫓아다니며 투자하겠다고 다투는 그야말로 '갑'이 될 수 있다. 아양 떨면서 VC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투자를 받는다면 한 번 정도 실수로 투자를 받을는지 모르지만 결국 후속 투자가 연결 안 되어 망할 것이다.

/주종익 에버스핀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