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결국 회장 없이 시작되는 SPC 사망사고 첫 재판

입력 2024-03-18 21:25 수정 2024-03-18 21:28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3-1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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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L 평택공장 소스 배합기 끼임사고로 사망한 여성 청년 노동자 추모 행사. /경인일보DB
 

2022년 10월 발생한 평택 SPC 청년 노동자 사망사고로 강동석 전 대표이사 및 관계자 3명이 지난해 기소된 뒤 오는 21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 첫 재판을 앞두고 있다. 경영 책임자인 허영인 그룹 회장은 평택 사망사고에서 중대재해처벌 법망을 피해 갔다. 유족들이 낸 허 회장의 중대재해처벌법 혐의없음에 대한 항고가 최종 기각된 탓이다. 검찰은 별도의 법인으로 강 전 대표가 안전보건 업무를 포함한 사업 전반에 관해 실질적·최종적 결정권을 행사하는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이고, 허 회장은 경영책임자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허 회장은 평택 사망사고 후 대국민 사과와 함께 SPC 안전경영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안전 확충을 위해 3년간 1천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사망 사건 1년도 안 된 지난해 8월 샤니 성남공장 사망, 10월 평택공장에서 손 끼임 골절 등 인명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SPC 계열사에서 3년간 무려 586명, 한 달에 16명꼴로 사상자가 나왔다. 90도로 허리숙인 허 회장의 대국민 사과가 무색하다.

검찰은 강 전 대표가 중처법에 규정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해 노동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봤다. 이 사업장에서 최근 3년간 유사한 기계 끼임 사고가 12건 발생했고, 강 전 대표 취임 이후에도 작년 6월과 8월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평택공장은 사망사고 발생 5개월 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끼임사고 방지 조치 권고를 받았었다. 하지만 허 회장과 가족들이 지분의 100%를 보유하고 경영의 전권을 행사하는 상황에서 계열사 대표이사에게만 안전 관리 투자와 개선 책임이 있는지 의문이다.



허 회장이 중처법 적용 대상이 될지는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지난해 8월 발생한 샤니 성남공장 사망사고와 관련해서 시민사회단체들은 샤니의 경영책임자를 허영인 회장으로 다시 지목하고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에 고발한 바 있다. 고용노동부와 검찰은 중처법 처벌 대상을 계열사로 한정해 온 관행을 재고해야 한다. 법원에서 법리로 판단을 구할 필요가 있다.

경영 최고 책임자의 안전한 노동현장 관리 책임을 지운 중처법 제정의 취지를 잊어서는 안 된다. 중처법 제정을 앞두고 방탄용 바지 사장들이 대거 등장할 것이란 우려가 현실이 됐다. 중처법이 재벌들은 놓아주고 중소기업 및 소상공업 경영자만 잡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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