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건설, 작년 1954억 '37.6% ↑'
한양·진흥기업도 제때 받지 못해
"분양률 70% 넘어도 미수금 부담"
대우산업개발·영동건설 회생절차


공사비 상승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천지역 건설사들의 공사 미수금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시장 경색 등으로 우발채무 위험이 커진 가운데 공사 미수금 문제가 겹치면 건설사들의 손실 확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시공 능력 평가 순위 13위(2023년 기준) DL건설의 지난해 연결기준 공사 미수금은 1천954억7천500만원으로 나타났다. 2022년 공사 미수금(1천419억8천900만원)보다 37.6% 증가했다.

DL건설이 지난달 19일 공시한 2023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인천 서구 석남동 복합물류센터 개발사업(2023년 7월 준공) 관련 공사 미수금이 270억원, 중구 항동 드림물류센터 신축공사(2023년 6월 준공) 관련 미수금이 97억2천만원 등으로 나타났다.

공사 미수금은 공사를 끝낸 건설사가 발주처나 시행사로부터 받지 못한 돈을 의미한다. 대금을 받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건설사의 현금 흐름에 악영향을 미쳐 재무구조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인천 건설사들의 미수금 증가 사례는 DL건설 외에 또 있다. 시공 능력 평가 순위 38위 (주)한양은 지난해 1~3분기 공사 미수금이 1천205억원으로 전년 동기(633억원) 대비 90% 넘게 늘었다. 47위 진흥기업도 2022년 2천234억원이었던 공사 미수금이 지난해 2천518억원으로 12.7% 증가했다.

미수금이 1년 사이 증가한 것은 착공 시점에 책정했던 공사비가 급격히 늘어난 데 있다. 건설자재비와 인건비 등이 상승하면서 발주처나 시행사가 추가 공사비에 대한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한 탓이다. DL건설 관계자는 "공사비가 증액되면서 지급일이 미뤄진 미수금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다만 현금을 충분히 쌓아두고 있어 당장 재무 부담으로 이어질 상황은 아니다"고 했다.

재무 악화를 이기지 못하고 이미 부도를 맞은 지역 건설사들도 있다. 시공 능력 평가 75위 대우산업개발은 지난해 9월 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176위 영동건설은 올해 1월 법정관리를 신청해 회생 절차를 밟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건설사들의 PF 채무 위험이 커진 가운데, 공사 대금을 받지 못하는 문제가 겹치면 재무구조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분양을 진행하고 있는 건설사 사업장 700곳 가운데 104곳에서 분양률이 70% 이하로 집계됐는데, 분양 침체로 미수금을 받지 못하는 기업이 늘면 손실 가능성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기업평가 김현 연구원은 "준공 분양률이 다시 70%를 넘어도 미수금 부담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착공을 앞둔 사업장의 비용 상승으로 인해 수익성이 개선될 시기가 늦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