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트위터로 미국 대통령이 됐고,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페이스북으로 대러 항전을 선포했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출현으로 전통 언론의 게이트키핑에서 풀려난 정치는 대중과 직접 소통하는 직접민주주의 시대를 열었다. 정치팬덤이 형성됐고 정치 스타들이 탄생했다.
한국형 SNS 정치스타는 단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무명의 성남시장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손가락혁명군'과 '개딸(개혁의 딸)'이라는 SNS팬덤의 역할이 지대했다. '손가혁'은 문재인의 '달빛기사단'과 처절한 내부투쟁을 벌였고, '개딸'은 이재명 공천의 전위였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못지 않다. SNS 발언록 조만대장경으로 진보진영의 빅마우스로 추앙받더니 문재인 정부 민정수석으로 청와대에 입성했다.
밀물이 크면 썰물도 크다. 이 대표의 대선 패인도 SNS였다. 대장동, 형수욕설, 집사 공무원 등 부정적 키워드가 SNS를 통해 반복되고 확성됐다. 일가의 입시비리가 터지자 조국의 조만대장경은 내로남불의 바이블이 됐다. 팬덤과 촛불로 막을 수 없었던 실패와 추락을 만회하려 다시 SNS팬덤과 함께 총선판에 섰다.
총선판에서 SNS 리스크가 야당을 강타하고 있다. 민주당 김준혁 후보는 유튜브 채널에 남긴 '성(性)' 발언의 파장이 심각해졌다. 박정희, 위안부, 김활란, 이대생을 향한 근거 없는 성적 모욕이 상식선을 넘었다. 해당 채널의 성향상 구독자용 립서비스였지 싶다. 진영의 SNS 팬덤용 발언이 선거라는 공적 영역에 발을 딛자 학자의 양식과 정치적 자질을 자박(自縛)한 올가미가 됐다.
SNS정치의 작동 방식은 전광석화다. 설명하고 해석할 시간을 안준다. 진실을 담은 맥락은 사라지고 선정적인 사실만 빛의 속도로 전파된다. 정치가 SNS와 만나면서 선명한 '단문(短文)정치'가 설명하고 설득하는 정치를 압도한다. 대신 정치인의 흥망성쇠 주기도 짧아졌다. 쉽게 떠오르고 허무하게 사라진다. SNS가 직접민주주의의 성배인지 중우정치의 독배인지 모호한 지경에서 정치인들의 운명을 희롱하는 형국이다.
범죄자는 스마트폰을 폐기해 범행을 은폐할 수 있다. 하지만 SNS에 노출시킨 문서, 음성, 동영상 등 삶의 지문들은 절대 지울 수 없다. 공직에 서려면 대중의 집단적인 SNS포렌식을 거쳐야 한다. 공인이라면 SNS 앱에 올릴 콘텐츠를 상식과 도덕의 저울에 먼저 올려봐야 할 테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