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국민이 체감하는 물가가 여전히 높다"며 "장바구니 물가가 안정되고 이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을 때까지 긴급 농축산물 가격안정 자금을 무제한, 무기한으로 투입하고 지원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대형마트 중심으로 진행 중인 할인 지원과 수입 과일 공급 대책을 중소형 마트와 전통시장까지 확대하며 온라인 도매시장 등 새로운 유통 경로를 활성화해서 생산자에서 소비자까지 가장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라고 주문했다. 취약계층에 필수 농산물 구매 쿠폰을 제공하는 농산물 바우처제도의 지원 대상과 규모 확대도 언급했다.
3%대의 물가상승이 두 달째 이어지며 물가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1% 올랐다. 지난 2월(3.1%)과 동일한 오름폭이다. 지난해 8월부터 3%대를 횡보했던 물가상승률이 올해 1월 2.8%로 약간 둔화했다가 다시 두 달 연속 3%대로 상승폭이 확대됐다. 농산물 가격급등이 결정적이다. 농산물이 2월(20.9%)에 이어 3월(20.5%) 등 두 달 연속 20%대의 오름폭을 유지한 것이다. 작년에 비해 사과는 88.2%, 배는 87.8% 올라 통계작성 이래 역대 최대를 기록 중이다. 사과는 10개월 연속, 배는 6개월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로 농산물발 인플레이션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생육기의 이상저온에 7·8월 집중호우와 폭염, 태풍 '카눈' 등의 영향으로 사과 생산량은 예년보다 30%나 줄었다. 배 생산량은 20% 감소하는 등 여타 농산물도 사정이 유사해 작년 추석에는 제수품 가격이 급등했다. 이후 농산물 가격의 고공행진이 지속됐지만 당시 정부는 경기와 금융, 재정 등 경제지표와의 정교한 조화를 강조하며 대증요법을 지양했다.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작년 9월 15일 물가점검회의에서 "식료품, 에너지 등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한 근원물가가 안정세여서 10월 이후부터 물가가 안정될 것"이라며 낙관했다.
석유류 가격이 1년 2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서고 환율도 연(年)고점을 경신 중이다. 수출이 6개월째 증가해 한국경제의 기초체력이 회복 중임에도 글로벌 긴축 기대감 확산에 강달러 현상이 다시 세진 것이다. 만시지탄이다. 선거용이란 항간의 폄훼가 눈길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