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의원 선거_경기도

경기 광주을, 현역 구속 무주공산… 안태준 '정권 심판' vs 황명주 '지역 일꾼'

입력 2024-04-07 19:21 수정 2024-04-07 19:26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4-08 5면

[4·10 격전지를 가다]


판교 출근 젊은층 유입 국힘→민주 유리
구도 속 前의원 수모 '불리한 이슈' 주목

민주 안 "완전 새 놈… 국가예산 잘 알아"
국힘 황 "희망고문 그만… 이웃도시 협력"

교통난 해소 절실 공감대에도 다른 해법
안 "개발정책 함께" 황 "기본 인프라를"




더불어민주당 안태준 후보
더불어민주당 안태준 후보가 차량유세에서 정권심판론을 강하게 외치고 있다. 2024.4.4 /안태준 후보 캠프 제공

현역 의원의 구속으로 무주공산이 된 경기 광주을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안태준 후보와 국민의힘 황명주 후보가 각각 '윤석열 정권 심판'과 '지역을 살릴 지역일꾼' 프레임을 내세워 맞붙고 있다.

민주당 안태준 후보는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지난 4일 유세에서 "윤석열 정권은 경제를 살릴 능력도 의지도 없다. 물가가 계속 오른다는 말, 살기 힘들다는 말을 언제까지 해야 하나. 이 무능한 정권을 반드시 심판해야겠다"고 외쳤다. 이어 이재명 대표가 말한 민생회복지원금을 언급하며 "돈이 돌아야 경제가 산다. 민주당에게, 저 안태준에게 힘을 모아 달라"고 정권 심판 투표를 호소했다.

국민의힘 황명주 후보는 반대로 '지역에서 민주당이 한 게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 후보는 "지난 8년 민주당 정권에서 기반시설 하나 없는 광주시를 만들었다"며 "황명주와 함경우가 당선되면 광주시에 기반시설부터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광주시는 여러분도 알다시피 넓을 광(廣)자를 쓴다. 이 주변 성남시장 용인시장 이천시장 광주시장 모두가 국민의힘이다"라며 이웃한 도시와의 폭넓은 협력을 위한 여건이 조성돼 있음도 강조했다.

도농복합도시 광주는 2016년 20대 총선부터 갑과 을, 두 석으로 늘었다. 이웃한 도시, 분당(盆唐)의 집값이 높아지고, 판교로 출퇴근 하는 젊은 인구가 광주로 유입되면서다. 그 전까지 국민의힘 계열 정당에 유리했던 선거 지형은 2016년 이후 갑과 을 선거구 모두 민주당 일색으로 바뀌었다.

'광주을' 선거구의 경우 지난 20대 총선에서 1, 2위 후보간 12.37%p였던 득표율차는 21대에 와서 14.7%p로 확대됐다. 이번 22대 총선이 주목되는 점은 이런 구도에서 당선됐던 민주당 임종성 전 의원이 법정구속되는 수모를 겪으면서 전국적으로 부는 정권심판론이 꺾일 것이냐는 점이다.

민주당 안태준 후보는 이 '불리한' 이슈에 대해 "완전 새 놈"이라며 '다른 인물'이라는 점을 자신을 낮춘 말로 표현했다. 판세에 대해서도 "후보간의 선거라기보다 윤석열 정권 심판 선거가 명확하다"며 경기도 다른 지역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분위기를 전했다.

국민의힘 황명주 후보는 반면 "광주에는 지역인물을 세워야 한다는 정서가 있다. 민주당 임 전 의원도 지역인물이었지만 8년간 희망고문을 했다는 실망감이 있어, 이번에는 제대로 된 지역인물을 세워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신을 "광주에서 나고 자랐고, 광주를 지켜온 인물이다. 광주시의원으로서 광주를 기초부터 살펴봤다. 행정학 박사로 행정전문가다"라고 내세웠다. 또 방세환 광주시장과 소속 당이 같다는 점을 부각하며 "내세운 공약도 어느 정도 계획안을 세웠고 광주시장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안 후보는 24년차 광주시민, 경기주택도시공사 부사장 이력을 내세웠다. 그는 "국가예산이 어떻게 책정되고 받을 수 있는지 다른 사람보다 잘 안다"면서 "제가 사업 집행 절차를 어떻게 하면 축소할 수 있는지, 어떻게 사업을 하고 빨리 하는지 잘 아는 후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황명주 후보
국민의힘 황명주 후보가 유세를 마친 뒤 유권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황명주 후보 캠프 제공

두 후보는 지역의 교통난 해소가 매우 절실하다는 데 공감한다. 광주을 선거구는 초월읍, 곤지암읍, 도척면과 오포읍이 분할된 오포1동·2동·신현동·능평동 등을 포함한다.

이곳 인구는 19만9천596명(지난달 말 기준). 이중 절반을 차지하는 오포주민이 분당으로 출퇴근을 하는 데 사용할 도로는 태재고개, 왕복 4차로 하나다. 다만 후보들은 문제 해결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에 대해선 견해가 달랐다.

민주당 안 후보는 '경기주택도시공사 부사장' 이력을 내세워 "단순하게 보기에는 교통문제이지만, 교통 유발 요인이 여러 개 있다. 이것을 해소하는 개발정책이 함께 가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오포 주민들이 분당으로 학교를 보내는 상황을 설명하며 "자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오포고 신설 공약을 낸 것도 그런 이유다. 더불어 광주에서 광주로 출퇴근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광주 소재 7천개 사업체 사장들도 분당에 거주하는 이 상황을 바꿔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안 후보는 민주당의 22대 총선 경기도 1호 공약인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을 나서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황 후보는 "자체 경쟁력을 갖추려면 기본 인프라를 놓아야 한다"면서 "지난 8년간 민주당은 도로 건설공약 중 하나도 첫삽을 못 떴다. 지하철 8호선 연장은 논의조차 안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부 도시와 잇는 외통 도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저는 곤지암~초월~오포~용인모현을 잇는 강변도로를 구축해 광주의 교통난을 해소하겠다"는 그림을 내놨다.

'외부와 원활한 소통'을 먼저 내세운 데는 현 정부의 경기남부 반도체클러스터 구축과 발 맞춰 광주 개발을 구상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황 후보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이웃한 도척면에 상수원보호구역 2권역에 AI융복합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총선이 막바지에 이르렀지만, 두 후보는 네거티브전을 삼가고 있다. 안 후보는 "후보 개인에 대한 비난은 안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했고, 황 후보는 "정당의 당파싸움은 국회가서 하는 것이고 지역에서는 서로 손잡고 일하면 된다"고 말했다.

훈훈한 풍경은 두 초선 후보가 경선을 '세게' 겪었다는 유사점에서도 기인한다. 안 후보는 이 지역에 도전했던 문학진 전 의원의 경선 컷 오프 반발로 '친명 낙하산' 후보 인식을 떼기 위해 애를 써야 했고, 황 후보는 박해광 전 시의원, 조억동 전 시장과 붙어 최종 승자가 됐다.

/이종우·권순정기자 s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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