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진료·약 수령 등 매니저 도움
3시간 5천원 한달간 8번까지 이용
"병원에 함께 가주니 든든하고 편합니다."
양평군 양수리에 거주하는 신혜자(81·가명) 어르신은 최근 건강 악화로 쓰러진 후 관절염까지 겹쳤다. 병원에선 "서울의 큰 병원에 가보라"고 이야기했으나 아픈 무릎만큼 병원에 가는 걱정이 컸다. 낯선 곳에서 혼자 전철과 버스를 타야 하는 게 부담이었다.
그러나 지난 8일 경희대병원 진료 예약이 잡힌 날, 어르신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을 나섰다. 이달 초부터 시행된 '양평군 1인 가구 병원안심동행사업'을 통해 병원가는 길부터 돌아오는 과정 모두를 함께할 사람이 생겼기 때문이다.
낮 12시30분, 어르신은 동행매니저를 만나 경의중앙선 양수역에서 병원이 있는 회기역에 도착할 때까지 진료 관련 내용 등 이야기꽃을 피웠다. 전철과 버스 이동 중 어르신이 가쁜 숨을 몰아쉴 때면 매니저가 상태를 살피곤 "잠시 쉬시는 게 좋겠다"며 휴식을 하기도 했다.
오후 2시, 병원에 도착한 동행매니저는 대기표를 뽑고 진료 접수를 했다. 진료를 받는 동안에도 의사에게 전달사항을 설명하고 어르신은 동행매니저를 통해 진료 내용을 다시 쉽게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이어 수납과 약국에서 약을 처방받고 주의사항 등을 어르신에게 쉬운 말로 다시 설명하는 것도 매니저의 역할이었다.
오후 4시30분, 어르신은 다시 양수역으로 돌아왔다. 혼자 갔다면 하루가 꼬박 걸리는 일정이었으나 동행매니저 덕분에 수월하게 다녀왔다.
신 어르신은 "병원 예약이 있을 때마다 손주에게 휴가를 내고 같이 가달라고 하기가 어려웠는데 같이 가줄 수 있는 사람이 있어 든든하고 좋았다"며 "다른 분들도 많이 이용하셨으면 좋겠다. 5월 예약 때도 이용할 예정"이라며 웃었다.
수도권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27%에 달하는 양평은 노년층과 거동이 불편한 1인 가구 대부분이 수도권 병원 진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1인 가구 병원안심 동행사업 덕분에 불편함이 해소, 호평을 받고 있다.
군은 지난해 경기도의 1인 가구 병원안심동행 사업에 응모, 선정됐다. 전문인력이 병원 출발부터 귀가까지 동행하는 서비스로 연령·소득에 관계없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연간 사업비는 약 7천만원(도비 30%, 군비 70%)으로 군 가족센터가 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양평 주민이면 3시간에 5천원, 추가 30분당 2천500원으로 유선·방문·온라인 신청을 통해 해당 서비스를 한 달에 8번 이용할 수 있다.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군은 해당 서비스를 다방면으로 알리고, 1인 가구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지원도 계속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군 가족센터 관계자는 "신청자의 질환 및 상태 등 초기 상담을 통해 동행 맞춤 계획을 세우고 진행한다"며 "앞으로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평/장태복기자 jk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