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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김소월과 진달래꽃

입력 2024-04-18 20:12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4-19 14면
1925년 24세때 유일한 첫 시집 출간
스승 김억의 詩전문지 지원 위한것
33세때 '삼수갑산' 등 많은 시 발표
그해 세모에 운명 달리한 민족시인
소월의 또다른 봄의 염원은 '봄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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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 시인
산그늘마다 진달래꽃이 지천으로 피었다. 진달래꽃무더기를 보고 환장할 것 같다고 말해도 지나친 표현은 아닐 것이다. 무언가 아련하면서 뜨거운 것이 가슴속으로 올라오는 것은 진달래꽃이 유년의 꽃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산그늘 가득한 진달래꽃은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마법의 꽃이다.

진달래꽃무더기를 보고 있노라면 생각나는 시인이 있다. 김소월이다. 소월 역시 진달래꽃을 보면 가슴이 먹먹했을 것이다. 그러기에 '나 보기가 역겨워/가실 때에는/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우리다//영변에 약산/진달래꽃/아름 따다/가실 길에 뿌리우리다//가시는 걸음걸음/놓인 그 꽃을/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나 보기가 역겨워/가실 때에는/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라고 노래했을 것이다. 이 시는 21세 때인 1922년에 '개벽'지에 발표되었으며 불후의 명작이다.



김소월(1902~1934)의 본명은 김정식이다. 평안북도 안주군 곽산면 태생이라고 되어 있으나 실제 태어난 곳은 구성군 서산면 옥인동 외가다. 1909년인 8세에 곽산면 소재 남산학교에 입학했고 1917년 오산학교 중학부에 입학했다. 이때 교장이 조만식이었고 은사 가운데 시인 김억이 있어 그에게서 시 창작 지도를 받았다. 4월에는 일본으로 건너가 '동경상대'에 입학한다. 그러나 그해 9월에 일어난 동경 대지진으로 귀국한다. 그 후 학업을 다시 계속하지 못하고 만다. 22세 되던 1923년 3월, 배재고보를 졸업한다. 재학 중에는 교지 '배재'에 '옛 이야기' '길손' '봄바람' 등의 시와 모파상의 단편소설 '떠돌아가는 계집'을 번역 수록한다.

1923년, 22세 때 '님의 노래' '길손' '봄바람'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삭주구성' 등의 시를 발표한다. 1924년, 23세 때 '신앙' '서로 믿음' '밭고랑 위에서' '생과 사' 등의 시를 발표한다. 1925년, 24세 되던 해 12월에 '매문사'라는 출판사에서 첫 시집이며 유일한 시집인 '진달래꽃'을 출간한다. 이 시집은 그의 스승인 김억이 평양에서 내고 있는 시전문지 '가면'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소월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가면'은 1926년 7월, 7호를 내고 종간한다.

1926년, 25세 때 3월부터 동아일보 구성 지국을 경영하기 시작한다. 구성 지국 경영은 이듬해 4월14일까지 계속하다 접는다. 그러나 시작활동은 꾸준하게 이루어진다. 1934년, 33세 때 '삼수갑산' 등 여러 편의 시를 발표한다.

그리고 그해의 세모에 운명을 달리한다. 민족 시인이 타계한 것이다.

봄이 깊어진다. 소월의 '오는 봄'을 읊조려본다. '봄날이 오리라고 생각하면서/쓸쓸한 긴 겨울을 지내보리라//오늘 보니 백양의 벋은 가지에/전에 없이 흰 새가 앉아 울어라//그러나 눈이 깔린 둔덕 밑에는/그늘이냐 안개냐 아지랑이냐//마을들은 곳곳이 움직임 없이/저편 하늘 아래서 평화롭건만//새들게 지껄이는 까치의 무리/바다를 바라보며 우는 까마귀//어디서 오는지 종경소리는/젊은 아기 나가는 조곡 일러라//보라 때에 길손도 머뭇거리며/지향 없이 갈 발이 곳을 몰라라//사무치는 눈물은 끝이 없어도/하늘을 쳐다보는 살음의 기쁨//저마다 외롬의 깊은 근심이/오도 가도 못하는 망상거림에//오늘은 사람마다 임을 여의고/곳을 잡지 못하는 설음 일러라//오기를 기다리는 봄의 소리는//때론 여윈 손끝을 울릴지라도/수풀 밑에 서러운 머리칼들은/걸음걸음 괴로이 발에 감겨라'.

소월의 봄의 염원은 또 있다. '봄바람'이 그것이다. '바람아 봄에 부는 바람아/산에 들에 불고 가는 바람아/자네는 어제 오늘 새눈 트는 버들가지에도 불고/파릇하다… 인제 얼마 안 있으면, 인제 얼마 안 있으면/오얏꽃도 피겠지!/복숭아도 피겠지/살구꽃도 피겠지/창풀 밭에 금잉어/술안주도 할테지/아! 자네는 같이 운 우리의 마음을 그 얼마나 꾀이노!'

소월의 봄바람은 봄에 부는 바람만을 뜻하지 않는다.

/김윤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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