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료계는 이제 대화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입력 2024-04-21 19:37 수정 2024-04-21 19:39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4-2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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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경인일보DB

 

지난 19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발표한 내년도 의대 입학정원의 자율적 조정 허용 방침은 그동안 '의대 2천명 증원'은 건드릴 수 없는 전제임을 강조해왔던 정부의 입장에선 크게 한 걸음 물러난 양보 조치다. 의대 정원이 확대된 대학들 중 희망하는 경우 증원된 인원의 50∼100% 범위 안에서 2025학년도에 한해 신입생을 자율적으로 모집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인데 내년 의대 증원 규모의 자율적 조정을 요청한 6개 비수도권 국립대 총장들의 건의를 전격적으로 수용한 모양새를 취했다.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에서 의료현장을 지키고 있는 의대 교수들이 오는 25일부터 자동적으로 사직 처리되는 점과 이달 말까지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 변경을 반드시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을 고려한 조치로 읽힌다.

하지만 의료계는 요지부동이다. 타협의 여지를 일절 보이지 않고 있다. 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한 총리 발표 다음날 입장문을 내고 정부의 양보안과 의료개혁 특위를 모두 거부했다. 내년도 증원 자율 조정을 요청한 국립대 총장들의 건의를 평가하면서도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아니기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달 6일 윤석열 대통령이 의료개혁특위를 발족해 공론화 과제들을 논의해 나가겠다고 한데 대해서도 "특위는 현재 상황을 해결할 수 없다"며 불참을 확인했다. 하루 앞서 다시 총회를 가진 의대교수 비대위는 의대 증원을 원점에서 재논의하자는 주장을 되풀이했고, 전공의협의회는 정부의 업무개시명령과 진료유지명령에 대응하기 위해 행정소송을 준비 중이다.

한쪽이 칼끝을 누이면 다른 쪽도 마땅히 그렇게 해야 대화가 시작될 수 있다. 정부의 양보안 제시에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다. 국립대 총장들의 건의를 수용하는 형식이 아니라 의료계를 대상으로 직접화법을 취하는 모습이 훨씬 더 진정성 있게 보였을 것이다. 다분히 의도했을 대국민 설득에도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화의 끈을 이어가려는 정부의 노력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이다. '2025학년도에 한해'라는 단서가 붙긴 하지만 경우에 따라선 당초 정부가 제시했던 2천명의 절반 규모인 1천명까지 줄어들 수도 있다. 모든 건 협상에 달렸다. 의료계가 이렇게 강경입장만 고수한다면 여론이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지난 4·10총선을 통해 민심의 흐름이 어떻게 바뀌고 얼마나 위력적인지 보지 않았나. 대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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