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서 회의장 이동시간 20분 불과
'국가균형발전 논리' 대응도 중요
외교부, 이달 실사 내달 최종 결정

 

인천 APEC 유치 기원 조형물
30일 오후 인천시청 애뜰광장에 설치된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유치기원 조형물 앞으로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외교부는 각 지자체로부터 받은 APEC 정상회의 유치 신청서를 바탕으로 오는 7일 후보 도시를 결정하기로 했으며, 현재 정상회의 개최를 희망하는 지역은 인천을 포함해 경주, 제주 등 3곳이다. 2024.4.30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인천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지 선정에 있어서 주된 평가 요소인 '운영 여건' 측면에서 다른 지역보다 우위를 선점하고 있다.

다만 대규모 국제행사 유치를 놓고 수도권 지역은 번번이 '국가균형발전' 논리에 부딪혔던 만큼, 이 같은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지자체는 물론 정치권, 지역사회 결집에도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30일 인천시에 따르면 시는 4·5성급 호텔 10여 곳에 각급 정상·수행원 등이 묵을 수 있는 '프레지덴셜 스위트룸' 43개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이번에 APEC 정상회의 개최 도시 경쟁지로 이름을 올린 경주는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을 갖춘 호텔이 부족해 기존 연수시설 등을 리모델링하는 방식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PEC 정상회의와 같은 대규모 국제 행사에서는 각국 정상·수행원을 수용할 충분한 시설을 확보하는 게 가장 시급한 사항이다. 인천은 이 같은 측면에서 국제회의 개최 여건이 경쟁도시에 앞서고 있다.

국제회의시설로는 송도컨벤시아를 포함해 인스파이어 리조트, 파라다이스 인천 등에 4만8천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연면적 111만㎡ 규모의 회의실을 구축하고 있다. 다른 경쟁도시들이 회의공간 확보를 위해 컨벤션시설을 신·증축해야 하는 상황과 차별화되는 강점이다.

공항시설과 교통여건 측면에서도 인천국제공항은 보잉 747과 같은 대형 전세기 이착륙이 용이하고 개최지까지 이동시간도 20분 남짓으로 짧다는 우위를 점한다. 반면 제주나 경주는 공항에서 회의장까지 이동 시간이 1시간 이상 소요된다.

다만 인천시가 충분한 운영 여건을 갖추고 있더라도 넘어야 할 과제들이 있다. 경쟁지로 나선 비수도권 지역들의 국가균형발전 논리에 맞서 정치적으로도 충분한 결집력을 갖추는 게 주된 과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경주는 경북도와 함께 지자체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한 목소리로 APEC 정상회의 유치에 힘을 모으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지역구 의원들, 당선인들을 만나 APEC 정상회의 유치를 위해 힘을 보태달라고 요청하고 있다"며 "인천시가 외교부 평가에서 역량을 집중하는 한편 정치권에도 협조를 당부할 것"이라고 했다.

외교부는 평가 기준에 따라 개최 도시 선정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외교부는 평가 기준으로 정상회의 운영 여건과 개최 목적 및 기본계획 명확성, 국제회의 부합 도시 여건, 국가 및 지역 발전 기여도 등 4개 항목을 발표한 바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기존에 발표한 평가항목을 두고 평가 위원들이 어떻게 판단할지에 달려있다"며 "5월에 후보 도시를 방문해 실사하는 과정을 거쳐 6월 중 최종 개최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