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호흡 100에서 3씩 빼기도 좋아
분석·신중한 결정 도움 긍정론도
잡스, 툭하면 격분 '혁신 아이콘'
대한민국, 위기를 기회로 바꿔라
분노는 양날의 칼. 그 에너지를 어떻게 휘두르느냐에 따라 상대도 나도 다칠 수 있다. 땅벌 집에 냅다 짱돌 던지는 게 분노라, 대개 내가 다친다. 마크 트웨인은 분노는 퍼붓는 대상보다 그걸 담은 그릇을 더 많이 훼손시키는 염산이라고 했고, 에머슨은 분노한 채 머무는 매분은 마음의 평화 60초를 포기하는 거라고 했다. 표출하는 쪽이 훨씬 손실이 큰 셈이다. 분노를 뜻하는 한자 화(火)와 노(怒). 화는 불타오르다 돌이킬 수 없는 화(禍)를 야기해 화(和)와는 멀어지고, 종국엔 내 감정(心)의 노예(奴)가 된다. 때문에 '분노했다면 말하기 전 10을 세라. 분노가 심하면 말하기 전 100을 세라'(제퍼슨)라고 주문한다. 내 마음의 평안이 행복이라면, 평안은 내가 지켜야 옳다.
분노는 관리 대상이다. 인간의 자연스런 감정 일부가 분노라 적절히 다뤄질 땐 큰 문제가 안 된다. 허나 섣부른 대응은 섶 두르고 불길 뛰어드는 격. 이에 맞춰 등장한 게 '분노경영(anger management)'이다. 분노를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다스리는 기법과 심리훈련의 총칭이다. 분노경영은 1970년대 미국에서 탄생했는데 범죄자를 위한 교정 프로그램이 시초다. 이후 시대 흐름과 함께 진화해 근래엔 기업 인사관리는 물론 사회 다양한 곳에 접목되고 있다.
'Hwa-byung'(화병). 미국 정신의학회가 이를 정신의학 용어로 공식화할 만큼 한국인은 분노관리에 서툴다. 서울대병원이 내린 '화병' 정의는 명치에 뭔가 걸린 느낌 등 신체 증상을 동반하는 우울증의 일종으로 우울과 분노를 억누르기 때문에 발생한 정신 질환이다. 동방예의지국에서 감정을 억제하거나 조절에 실패해 생긴 병이다. OECD 국가 중 한국은 자살률 1위·사기범죄율 1위·갈등지수 3위다. 모두 비용을 유발시켜 경제성장의 걸림돌이다. 근저엔 증오와 분열이 똬리를 틀고 있다.
분노로 인한 충동적 말과 행동을 억누르고, 원활한 문제해결과 소통을 하자는 게 분노경영이다. 기업 현장에선 구성원 간 건강한 관계를 형성해 스트레스를 줄인다. 그 결과 집중력·팀워크가 좋아져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다. 분노경영의 진정한 목표는 분노하지 않는 상태가 아닌, 분노해야 할 상황에서 올바른 감정표현을 하는 거다.
분노 조절엔 여러 처방이 제시된다. 대표적으론 '6초 참기'가 있다. 왜 6초? 모든 감정은 휘발성을 지닌다. 분노의 최고조는 길어야 6초. 이 시간만 버티면 감정은 완화된단다. 피가 거꾸로 흐르면 6초만 참자. 늦춰야 득인 게 분노다. 무작정 6초를 버텨내기란 쉽지 않다. 일단 심호흡을 하며 '100, 97, 94…'처럼 100에서 3씩 빼기 등 숫자세기도 좋다. 또 속으로 '별거 아냐', '예상됐잖아', '나만 손해지'와 같은 말을 거듭하는 방법도 효과적이다. 이것도 안 되면 자리를 벗어나는 게 상책이다. 누군간 '6초가 그렇게 긴 시간인 줄 몰랐다'거나 '6초 지나도 짜증이 안 풀렸다'고 항변한다. 그렇다, 6초가 흘러도 분노가 완전히 사라지진 않는다. 6초는 분노가 소멸되는 시간이 아닌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시간이다.
한편, 분노는 판단을 그르친다는 통설과는 달리 분석적이고 신중한 결정을 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긍정론도 있다. 분노하면 지엽적 사항은 접고 오롯이 핵심에만 집중해 판단하는 때문이란다. 스티브 잡스는 툭하면 분노를 드러내 주변에선 그를 마뜩찮은 괴팍한 인간으로 봤다. 그런 잡스는 분노를 경영혁신의 에너지로 활용함으로써 '혁신 아이콘'이 됐다. 분노로 가득 찬 대한민국, 분노경영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꿔라.
/김광희 협성대학교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