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퀴어 문제 예산 철회… 올해 본예산 미편성
"성적지향 차별" 반발… 후원 받아 진행 고려중
올해 20주년을 맞이한 '인천여성영화제'가 지난해부터 이어진 인천시와 여성인권단체들간 갈등으로 파행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여성발전기본법에 명시된 '여성주간'에 맞춰 2005년부터 7월마다 열리는 인천여성영화제는 여성 감독이 만들었거나 여성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본 영화들을 다루고 있다. 더 나아가 아동, 노인, 장애인, 성소수자 등 다양한 사회적 약자를 소재로 한 영화를 상영하며 인천의 손꼽히는 영화제로 성장했다.
인천여성영화제는 관객 등 시민들의 호응에 힘입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인천시 주민참여예산 지원사업으로 선정됐다. 인천시의회 권유에 따라 지난해에는 인천시가 인천여성영화제를 보조금 지원사업으로 정하고 예산 4천만원을 주최 측에 지원할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인천시가 지난해 인천여성영화제 상영작 가운데 한 퀴어 영화를 문제 삼자 행사를 주최한 인천여성회는 물론 전국 여성인권단체들의 반발을 샀다. 인천시는 이 퀴어 영화가 시민사회의 반감을 사는 주제라서 상영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보였고, 여성인권단체들은 예산 지원을 빌미로 한 검열을 중단하라며 맞섰다.
결국 인천시가 인천여성영화제 예산을 지원하지 않기로 하자, 인천여성회는 시민들이 낸 후원금 2천여만원으로 영화제를 치렀다. 또 퀴어 영화를 제외하라는 건 성적 지향에 대한 차별 행위라며 유정복 인천시장 등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천시는 올해 본예산안에 인천여성영화제 지원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고, 예산 심의서에 삭감 이유 등도 작성하지 않아 인천시의회 지적을 받았다. 올해 인천여성영화제 지원비(4천만원)는 인천시의회가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지난해 수준으로 원상 복구한 것이다.
여성인권단체들은 20주년을 맞이한 올해 인천여성영화제를 인천시가 추진할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인천시는 인천여성영화제에 예산을 지원한 2020년부터 매년 2~3월에 행사 주최 단체를 공개 모집했는데,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는 것이다.
여성인권단체들은 최근 인천시 양성평등심의위원회가 의결한 '2024년도 양성평등 시행계획'에 대해서도 인천시가 인천여성영화제의 목적과 내용을 바꾸려고 한다며 비판하고 있다. 이 계획에는 인천여성영화제를 가족영화제, 양성평등영화제 등 '시민 다수가 공감하고 참여할 수 있는 내용으로' 바꿔 시행하는 방안이 담겼다.
인천시 여성정책과 관계자는 "인천시 지원을 받는 영화제인 만큼,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영화제를 개최하려는 것"이라며 "영화제 개최 시기와 내용 등에 대해선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인천여성회 등 여성인권단체들은 인천시가 인천여성영화제의 가치 등을 훼손하는 결정을 내리면 지난해처럼 시민 후원을 받아 행사를 치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인천여성회 손보경 회장은 "영화제 개최 시기가 늦춰지는 것은 상관없지만, 인천시 구상이 인천여성영화제의 지향점과 다르면 시민들의 후원금을 받아 그 명맥을 이어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인천여성영화제 주최 단체 공모 등 인천시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
20살 인천여성영화제, 市-인권단체 갈등 속 '파행 우려'
입력 2024-05-01 19:23
수정 2024-05-01 19:31
지면 아이콘
지면
ⓘ
2024-05-02 6면
-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
- 가
- 가
- 가
- 가
-
투표진행중 2024-11-22 종료
법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벌금 100만원 이상의 유죄가 최종 확정된다면 국회의원직을 잃고 차기 대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됩니다. 법원 판결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