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 인천시 명예도로명

입력 2024-05-01 19:33 수정 2024-05-01 19:34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5-0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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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는 돌을 깔아 포장한 8만㎞의 375개 간선도로로 제국을 지배했다. 제국을 향해 뻗은 혈맥의 시작점이 바로 기원전 4세기 초에 건설된 '아피아 가도'다. 로마는 이 도로를 건설해 이탈리아 반도를 석권한 뒤, 이 도로 부터 길을 내며 제국을 확장했고, 영국에 하드리아누스 방벽으로 국경을 세웠을 때 최전성기를 맞았다. 아피아 가도는 모든 길의 어머니가 됐고, 가도를 건설한 아피우스 클라우디우스는 도로명으로 영원히 남았다.

사람과 물류가 끊이지 않는 길의 영속성은 위대한 인물을 기리기에 안성맞춤이다. 우리도 해방 직후 일제식 도로명을 새롭게 고치면서 위인들을 대거 소환했다. 일제 명칭인 혼마치(本町)와 고가네마치(黃金町)를 '충무로'와 '을지로'로 고쳤다. 충무공과 을지문덕을 소환해 국치를 씻어낸 것이다. 명군 세종과 명신 이황도 '세종로'와 '퇴계로'로 오늘을 산다.

도로명주소제가 도입되면서 인물 도로명이 눈에 띄게 늘었다. 역사적 인물에서 지역 정체성을 찾으려는 지자체들의 경쟁 덕분이다. 경기도에도 수원 정조로, 화성 세자로(사도세자), 여주 세종로·명성로(명성황후), 파주 사임당로·율곡로 등이 있다. 5만원권의 주인공인 사임당은 서울과 강릉에도 길을 갖고 있으니, 아들 율곡의 명예를 한참 앞선다.



인물 도로명을 정할 때는 해당 인물의 역사적, 사회적 평가가 엄정해야 한다. 자칫하면 '정율성' 처럼 사회적 물의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천의 '양녕로'는 양녕대군이 기릴만한 수준의 인물인지 의아하고, 화성의 '최루백로'는 수많은 효 설화의 주인공이기에 독창성이 부족하다.

인천시가 최근 명예도로명 9개를 발표했다. 명예도로명은 법정 도로명에 국제교류, 역사, 특정인을 기리기 위해 추가로 부여하는 이름이다. '이승훈베드로길' '최기선로' '윤영하소령길' '송암박두성길' '공양미삼백석길' '고유섭길' '해양경찰로' '수인선바람숲길' '재외동포청로' 등 인물, 역사, 문화, 시정을 망라한 도로명들인데, 개인적으론 공감과 위화감이 교차한다.

'윤영하소령길'과 '이승훈베드로길'은 '윤영하길'과 '이승훈길'로 공식 도로명으로 변경해도 무리가 없을 듯한데, '공양미삼백석길'은 작명 의도가 지나쳐 대중성, 현대성이 떨어진 듯해 아쉽다. 앞으로도 명예도로를 확대한다니 시민들의 반응을 수렴해 작명 센스를 발휘하기 바란다.

/윤인수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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