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가 보듬은 건 내 동심이었어"

입력 2024-05-09 19:03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5-10 11면
평균 75세 '키니스 장난감 병원'의 박사들
"치료 넘어 친구 되찾아주는 일" 의미 짚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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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아버지의 장난감 선물가게┃장난감 박사 지음. 달 펴냄. 208쪽. 1만5천원


할아버지의 장난감 선물가게
인천시 미추홀구의 한 지하시민상가. 이곳에는 '입원 치료' 의뢰를 받아 아이들의 장난감을 되살려주는 '키니스 장난감 병원'이 있다. 평균 나이 75세. 대학교수, 고등학교 선생님, 연구원, 회사원 등 다양한 직군에서 일하다 생업을 은퇴한 할아버지들이 '장난감 박사'가 되어 아이들에게 동심을 선물하고 있다.



36년간 공학교수로 살아온 김종일 이사장이 은퇴 후 몇몇 동료들과 함께 장난감을 고쳐주는 장난감 병원을 설립했다.

'봉사하는 여생'을 위해 멋모르고 시작한 병원 일. 전기로 움직이는 요즘 장난감들은 할아버지들에게 '신세계'였고, 좌충우돌 그 자체였다. 장난감 투성이 공간에서 하루에 일곱 시간씩 보내다 보니 어느새 봉사보다 '노동'에 가까워질 정도로 많은 의뢰가 들어오지만 "감사합니다"라는 아이들의 말 한마디에 피로가 사라진다는 박사님들이다.

신간 '할아버지의 장난감 선물가게'는 이렇듯 장난감의 세계에 '정'들어 버린 장난감 박사님들의 속 깊은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다.

장난감은 저마다 주인인 아이들의 사연을 가지고 있다. "인형 코가 떨어져 이불까지 덮어주며 재웠지만 고쳐지지 않았다"는 아이부터 "공연장에서 신나게 응원봉을 흔들다 전선이 끊어졌다"는 다 큰 '어린 이'까지. 고장이 났거나 주인을 잃어 홀로 남겨질 뻔한 수백 가지의 이야기들은 저자들을 만나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저자들은 "장난감은 아이들이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갖는 자기 소유의 애착물"이라며 "장난감 수리는 아이들에게 단순 수리를 넘어 소중한 친구를 되찾는 일"이라고 의미를 되짚어 준다.

저자들은 장난감을 고쳐냈을 때의 성취감을 넘어 사람들의 진심어린 마음을 마주했을 때 진정한 기쁨을 느낀다는 것을 깨달았다. 종종 이러한 선의에 날선 말들을 뱉는 이들도 있지만, 그럼에도 저자들은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마음으로 이 일을 계속 해나가고 있다.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또 다른 일을 찾았고, 그 일이 노년의 인생에 생동감을 주었기에.

책은 평생 일했던 책상을 떠나 누군가에게 기쁨을 선물하기 위해 다시 책상에 앉은 시니어들의 이야기를 뭉클하게 전한다. 이들은 어른으로서 아이를 대하는 자세, 타인을 바라보는 관점, 일하는 성실한 열정 등을 글 속에 담아내며 독자들에게 '진짜 멋진 어른'이 되는 방법을 알려준다.

"여러분, 그저 용기를 내주세요. 인생은 참 깁니다. 무엇이든 해봅시다. 무엇이든 만나봅시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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