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전세피해 2차 토론회

경인일보 특별기획보도 계기
등기 의무화 등 개선 논의 다양
금융기관 책임성 의제도 도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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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오후 경기도의회 정담회실에서 경기도가 개최한 '전세피해 예방대책 마련을 위한 2차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2024.5.8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전세사기에 대한 형사법적 발제를 부탁받고 굉장히 놀랐다. 관련 예방대책을 두고 이 분야까지 논의한 기관을 처음 봤고 법률상 영역이라 조례를 다루는 지자체 입장에선 역할이 제한적임에도 돌파구를 찾으려는 모습에 대책 마련의 강한 의지를 느꼈다."

경인일보 특별취재팀의 '시그널: 속빈 전세들의 경고' 기획보도를 계기로 지난 3월27일(3월29일자 8면 보도=[경기도 전세피해 대책 토론회] "자금조달 수단 전락한 보증금" "전세권 등기 의무화 고려해야")에 이어 지난 8일 오후 2시 경기도가 주최한 '전세피해 예방대책 마련을 위한 2차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민규(법학박사)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이날은 지난 3월 1차 토론회의 주요 의제였던 '전세권 등기 의무화' 방안과 관련 효용성 및 문제점을 반영해 보완한 개선안, 지금껏 어느 지자체에서 논의된 바 없는 형법상 전세사기 예방 대책 등을 둘러싼 열띤 토론이 3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주최 측인 이계삼 경기도 도시주택실장과 김용천 주택정책과장, 고중국 토지정보과장 등 경기도 및 경기도전세피해지원센터 관계자와 1차 토론회에 함께 한 유봉성 경기중앙지방법무사회 회장, 윤성진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박은성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연구원, 박기덕 경기연구원 연구위원, 김준석 경인일보 기자를 비롯해 이번에 새롭게 참석한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의 강석구(법학박사) 선임연구위원 및 김민규 위원, 경기도의회 김태형(민·화성5) 도시환경위원회 위원 등이 한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김민규 위원은 발제에서 "과거엔 임차인 대상의 단순한 채무 불이행 또는 물권관계 공문서 위조를 통한 비교적 소규모 사건이 대다수였다면 최근엔 무자본 갭투자를 기반으로 다양한 수법까지 동원해 천문학적 규모의 범행을 저지르는 게 차이"라며 "법원도 예전보다 형량을 높게 판결하는 추세지만 정작 처벌 근거인 형법과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 미비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유례없는 무수한 피해자와 천문학적 보증금 미반환 사태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처벌과 피해금 회수 근거가 돼줄 법률은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 법원은 사기 피해자가 다수이며 총 피해금이 수백억원에 달할지라도 결국 각 피해 사건을 개별 사기 범행으로 보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적용 대상인 5억원 이상에 충족하지 못하는 사건이 되고 만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사건이어도 결국 일반 사기죄의 법정 최고형 이하로밖에 내려지지 못하는 처벌 비중이 크다는 설명이다.

피해 회복을 위한 범죄수익의 몰수 근거인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의 경우 예외 조항을 고려하더라도 사실상 피해 '재산'은 범죄수익으로서 몰수하기 어렵도록 규정한 점도 문제로 꼽혔다.

1차 토론회에서 다뤄졌던 '전세권 등기 의무화'에 대해선 현실화될 경우 나타날 효용성과 문제점을 동시에 고려한 제도 개선안이 제시됐다.

먼저 박기덕 연구위원은 "이를 진행하면 보증금 미반환 발생 시 중간과정(임차권 등기 명령 등) 없이 경매신청, 배당요구 등 권리를 임차인이 행사할 수 있고 과정에서 선순위 권리관계도 사전 파악해 위험을 줄일 수 있다"면서도 "다만 임대인 동의를 전제로 하며 각종 세금과 수수료 등 이전엔 안 들던 새 비용이 적지 않게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유봉성 회장은 "전체 주택에 대한 전세권 설정을 의무화하는 게 아니라 위험도에 따라 일정한 전세가율이나 전세금액 등 기준을 정해 피해자 보호 필요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주택을 상대로 의무화할 필요가 있고 비용을 정부나 지자체가 일부 지원하면 합리적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이외에도 이날 2차 토론회에선 부동산 전자계약제도 의무화와 대규모 전세사기사건에 대한 은행 등 금융기관의 책임성 등 다양한 의제를 둘러싼 논의가 모든 참석자들 사이에서 격의 없이 이뤄졌다.

경기도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오는 6월 초 3차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참여 대상을 더욱 넓힌 공개 토론회 방식으로 진행한다.

그간 토론회에서 나온 방안 가운데 전세피해를 실질적으로 예방해 줄 근본적 대책 수립과 정부 및 관계기관 대상 제도개선 건의를 위해 보다 넓은 범위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최종적인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서다.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