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자 APEC
먼저 ‘APEC’이 무엇인지 알아두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는 태평양을 아우르는 주변 국가들의 경제협력체입니다. 외교부 홈페이지는 APEC을 “아시아 및 태평양 연안 국가들의 원활한 정책 대화 협의를 주목적으로 하는 협의체”라고 소개합니다. APEC은 전 세계 인구의 약 40%, GDP의 약 59%, 교역량의 약 50%를 점유할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지역 협력체입니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협의, 내실 있는 결과 도출에 역점을 두는 것도 APEC 정상회의 특징 가운데 하나입니다.
APEC은 1989년 오스트레일리아 캔버라에서 12개 나라가 모이며 결성됐습니다. ‘창설멤버’는 12개 나라입니다. 한국, 미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와 ASEAN 6개국(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싱가포르, 필리핀, 브루나이)이 참여했습니다. 처음부터 정상들이 모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각 나라의 각료들끼리 만났습니다. 이후 미국 클린턴 대통령 제안으로 1993년부터 정상회의로 격상되어 오늘날의 구조를 갖추게 됐습니다.
1991년에는 중국, 홍콩, 대만이 참여하며 가입국이 늘었습니다. 이후 1993년 멕시코, 파푸아뉴기니, 1994년 칠레, 1998년 러시아, 베트남, 페루 등이 합류하며 21개 나라가 회원국이 됐습니다.
회원국 외에도 옵저버 기구(ASEAN 사무국, 태평양제도포럼(PIF), 태평양 경제협력위원회(PECC))가 참여하며, 필요할 경우 회원국의 동의 하에 게스트(비회원국, 기구, 개인)을 산하 회의나, 워크숍, 정책 대화 등에 초청합니다.
APEC은 참가국을 주권국가(country)가 아니라 경제체(economy)로 표현 한다고 합니다. 때문에 APEC에서는 ‘국가’라는 명칭 사용이나 국기 게양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중국·대만·홍콩 등도 개별적으로 참여합니다. 독립국으로 인정하는 ‘Taiwan’과 ‘Republic of China’ 표현 대신, 대만을 ‘Chinese Taipei’, 홍콩을 ‘Hong Kong, China’로, 중국은 ‘People’s Republic of China’ 등으로 표기합니다. APEC이 ‘정상’을 summit(정상)이 아닌 ‘economic leader’라는 표현하는 것을 보면 그 차이가 명확하게 느껴집니다.
정상급 국제회의 열리지 않은 인천
인천을 국제도시라고 부르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국제기구도 인천에 많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동안 인천에서는 단 한차례도 정상급 국제회의가 열리지 않았습니다. 반면, 서울과 제주, 부산에서는 다자간 정상회의가 여러 차례 열렸습니다. 서울에서는 2000년 제3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정상회의’를 비롯해 2010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2012년 ‘핵안보 정상회의’, ‘녹색성장 및 2030 글로벌 목표를 위한 연대(P4G) 정상회의’ 등이 열렸습니다. 부산에서도 여러 차례 열렸습니다. 2005년 APEC 정상회의를 비롯해 2014년과 2019년에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가 개최되며 각국 정상이 부산에서 만났습니다. 멀리 제주도에서도 열렸는데요. 2009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개최됐습니다. 하지만 인천에서는 단 한 번도 여러 나라 정상이 모여 회의를 한 전례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꼭 인천에서 APEC 정상회의가 열려야 한다는 것이 수많은 인천 시민의 바람입니다.
국제행사 경험 풍부한 준비된 도시 인천
인천은 국제회의 경험이 풍부한 준비된 도시입니다. 인천아시안게임(2014년), ‘OECD 세계포럼’(2018년), ‘ADB(아시아개발은행) 연차총회’(2023년5월) 등 대규모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바 있습니다. 특히 2023년 5월에 개최된 ADB 연차총회는 아시아 경제수장이 총집결해 국제행사 개최지로서의 인천의 역량을 입증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인천은 정상회의를 치르는데 꼭 필요한 ‘인프라’가 풍부합니다. 세계 최고의 접근성을 가진 인천국제공항, 송도컨벤시아 등 우수한 교통망과 충분한 MICE 인프라 자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혹여 부족한 점이 있다 하더라도 서울과 경기도가 가깝다는 점에서 인근 도시와 함께 협력하면 효율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천 시민의 유치 열망이 높다는 점입니다. 2022년 범시민유치위원회가 출범했고, 2023년 5월부터 8월까지 진행된 APEC 정상회의 유치를 기원하는 서명 운동에 110만명이 참여했습니다. 그동안 APEC 회원국 재외공관 간담회와 각계각층이 참여한 ‘릴레이 지지선언’을 이어오며 공감대를 넓혔습니다.
고용창출 2만명 파급효과도
APEC 정상회의에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중국·러시아·일본 등 21개 환태평양 주요 경제권 수장들이 모입니다. 장관과 실무진, 기업인 등 다양한 국제회의도 함께 수반됩니다.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다는 얘기입니다. 부가가치 유발효과 8천380억원 등 2조4천억원을 넘어서는 경제유발효과와 2만여명의 고용창출효과가 있다는 연구 보고서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2005년 부산에 이어 20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2025년 APEC 정상회의를 두고 경쟁을 펼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인천 시민의 관심이 뜨겁습니다.
외교부 결정만 남았습니다. 외교부는 현장실사단을 꾸려 5월 중 인천·경주·제주 등 3개 도시 현장실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후 6월께 개최도시를 선정할 예정입니다. APEC 정상회의는 ‘인천’을 많은 나라에 널리 알릴 기회입니다. 그동안 인천에서는 단 한 차례도 정상회의가 열리지 않았습니다. 만약 APEC 정상회의가 인천에서 열리게 된다면 인천에서 열리는 사상 첫 정상회의로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 꼭 인천에서 APEC 정상회의가 열렸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