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멸종위기종인 저어새의 멸종위험등급을 지금보다 2단계나 낮은 '준위협(NT)' 등급으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보호 활동에 주력해온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의 우려를 낳고 있다. 가까운 장래에 멸종의 위기에 놓일 수 있으나 당장은 멸종위험 기준에 해당되지 않음을 뜻하는 이 등급으로 낮추려는 움직임에 대해 인천의 64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인천갯벌세계자연유산등재추진협력단은 지난 11일 하향 조정은 시기상조라는 입장 표명과 함께 등급조정에 신중을 기해줄 것을 IUCN에 공식 요청했다. 멸종위험등급을 2단계나 갑자기 낮출 경우 저어새 보호와 서식지 보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인데 타당한 지적이고 당연한 이의 제기다.
주걱 모양의 독특한 부리를 가진 저어새 종 가운데 멸종위기에 처한 저어새와 노랑부리저어새는 주로 한반도에 서식한다. 대표적인 곳이 강화도, 영종도 그리고 남동유수지 등 인천의 연안 갯벌과 습지이다. 우리나라에선 지난 1968년 5월 일찌감치 노랑부리저어새와 함께 천연기념물로 지정한데 이어 2012년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으로 지정했다. IUCN도 전 지구적인 서식지 파괴와 환경오염으로 1988년도 조사에서 288마리만 확인될 정도로 급격히 감소하자 1994년 멸종위험 적색목록 전체 9개 등급 가운데 절멸(EX)과 야생절멸(EW)의 아랫단계인 '위급(CR)' 등급으로 지정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극적으로 개체 수를 회복하면서 2000년 '위기(EN)' 등급으로 한 단계 낮췄고, 그 등급이 지금까지 유지돼왔다.
IUCN이 저어새의 멸종위험등급을 2단계 낮추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주된 이유는 지난 2010년 전 세계에서 2천마리 정도 관찰되던 저어새가 올해 초 6천여 마리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개체수 증가도 최소생존개체군인 7천 마리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한다. 남동유수지 저어새섬에선 급격하게 불어난 물로 둥지가 침수돼 알이나 새끼가 떠내려가는 일이 발생하고, 수온 상승으로 물속 산소량이 부족해지면서 발생한 독소로 폐사하는 경우도 있다. 자연의 위협과 인간의 무관심이 결합한 형태의 재앙은 현재진행형이다. 무엇보다 저어새의 주서식지인 인천의 습지와 갯벌에선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각종 개발사업으로 인해 서식환경이 크게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멸종위험등급 하향조정을 재검토해야 할 이유가 수두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