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꺾인 '바이오 벤처 투자'… 중견기업도 흔들

입력 2024-05-13 21:10 수정 2024-05-13 21:30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5-14 13면
작년 신규금액 전년보다 20% ↓
금리 올라 임상승인 불확실 부담
송도 'EDGC' 회생절차 개시 신청
업력 10년 안팎 업체도 존속위기

국내외 경제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바이오 분야 스타트업의 민간 투자 자금 유치에도 '한파'가 몰아닥치고 있다.

인천 한 바이오 의료기기 전문 스타트업 A사는 시제품 제작 이후 필요한 자금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아이디어를 시제품으로 구현하는 단계는 정부 지원사업 자금으로 해결했지만, 본격적인 시장 진출을 위한 민간 투자 자금 유치 과정에서 활로를 찾지 못한 것이다.

A사 관계자는 "금리 인상으로 2022년 하반기부터 투자 심리가 많이 얼어붙었다는 건 알았지만,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대한 자금 투자는 지금이 가장 저조한 것 같다"며 "반도체와 IT 등 성장세가 뚜렷한 분야로 투자가 몰리는 분위기"라고 했다.



13일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벤처캐피탈(VC)의 바이오 분야 신규 투자 금액은 8천844억원으로, 전년 신규 투자액(1조1천58억원) 대비 20% 줄었다. 2019년부터 4년 연속 1조원을 넘기는 등 바이오 분야 신규 투자 금액은 증가세를 이어왔는데, 5년 만에 규모가 작아진 것이다.

VC와 액셀러레이터(AC) 등 스타트업 투자 업계가 바이오 분야를 외면하는 배경에는 '금리 인상'과 '불확실성'이라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바이오 스타트업은 신약·신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임상 시험을 승인받고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출하기까지 투자 유치와 대출 등으로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데, 금리가 오르면서 임상 승인 여부가 확실하지 않은 기업에 대한 투자가 큰 위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오 업계에 대한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것은 코로나19를 전후로 급성장한 중견급 바이오 기업들이 올해 들어 심각한 자본위기에 처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본사를 둔 이원다이애그노믹스(EDGC)는 지난달 29일 회생절차 개시 신청 사실을 공시하고 서울회생법원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당시 글로벌 시장에 진단키트를 대거 공급하면서 사세를 키웠지만, 엔데믹 이후 새로운 성장 동력을 잃으면서 누적된 적자를 해소하지 못한 결과다.

경기도에 있는 업력 10년 차 안팎의 바이오 기업 엔케이맥스, 뉴지랩파마, 제일바이오 등도 올해 감사보고서에서 감사 의견 거절을 받거나 주식 거래가 정지되는 등 존속 위기에 처했다. 바이오 분야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평가받던 기업들이 흔들리면서 초기 단계 바이오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더욱 줄어든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 기술창업지원프로그램 팁스(TIPS)를 운용하는 AC 기업 관계자는 "금리 인하가 진행돼도 비상장 바이오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심리가 회복되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정부 지원 정책 등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 외에 대안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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