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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전기생산 떠안은 인천, ‘차등 전기요금제’로 보상받을 수 있을까 [위크&인천]

입력 2024-05-18 15:20 수정 2024-05-18 15:44

인천, 특·광역시 중 전력 생산량 1위

분산에너지 특별법 시행… 지역 차등 요금제 받나

인천은 지난해 전국 특·광역시 중 가장 많은 전력을 생산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 주요 전력 발전시설인 옹진군 영흥석탄화력발전소 전경. /경인일보DB

인천은 지난해 전국 특·광역시 중 가장 많은 전력을 생산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 주요 전력 발전시설인 옹진군 영흥석탄화력발전소 전경. /경인일보DB

내달부터 인천과 같이 화력발전소 등 발전시설에서 대규모 전력을 생산하는 곳은 그렇지 않은 지역보다 전기 요금을 낮춰 적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담은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분산에너지법)’이 시행됩니다.

인천은 ‘수도권 전력공급기지’로 오랜 기간 화력발전소에서 배출하는 환경오염 물질로 많은 피해를 입었습니다.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가 도입돼 전력 생산지인 인천에 혜택이 적용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화력발전소 피해 큰 인천, 폐쇄 계획 이행과 인센티브 확대 과제

인천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2019년 인천시청 정문에서 영흥화력발전소  1·2호기 전면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경인일보DB

인천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2019년 인천시청 정문에서 영흥화력발전소 1·2호기 전면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경인일보DB

영흥석탄화력발전소가 위치한 인천은 전국 특·광역시 중 가장 많은 전력을 생산하는 곳입니다. 지역에서 생산한 전기는 인천뿐만 아니라 서울 등 전력 수요가 높은 인접 도시로 송전하기 때문에 인천은 수도권 전력공급기지로 비유됩니다.

한국전력공사의 12월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1~12월 행정구역별 전기 발전량은 인천시가 4만8천360GWh(기가와트시)로 7대 특별·광역시 중 가장 많았습니다. 인천 전기 발전량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력은 유연탄이 2만2천174GWh로 집계됐습니다. 영흥석탄화력발전소는 1~6기가 유연탄을 연료로 전력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석탄화력발전소는 전력생산 효율이 높지만, 환경오염 주범인 온실가스와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양면성을 갖고 있습니다. 인근 주민들의 호흡계·고혈압성 질환이나 췌장암, 만성질환 발생 위험이 다른 지역 주민보다 높다는 환경부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이유로 정부는 전국 석탄화력발전소를 순차적으로 폐쇄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정부가 내놓은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보면 영흥석탄화력발전소 1·2호기는 2034년 전면 폐쇄를, 3·4호기는 2038년, 5·6호기는 2044년 폐쇄를 목표로 합니다.

하지만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생산하는 대규모 전력을 다른 에너지원으로 대체할 수 있을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합니다. 지역사회에서 한목소리로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발전시설 폐쇄 계획을 이행하고 가동 기간 지역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게 주된 과제가 됐습니다.

분산에너지법 시행… 차등 전기요금제 물꼬 틀까

인천시 옹진군 영흥면 선재리에서 영흥화력발전소의 굴뚝과 송전탑. /경인일보 DB

인천시 옹진군 영흥면 선재리에서 영흥화력발전소의 굴뚝과 송전탑. /경인일보 DB

내달 14일 시행되는 분산에너지법은 열병합·중소형원자력·신재생에너지·연료전지 분산에너지를 활성화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습니다. 지역 에너지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적용이 가능하도록 법적 근거를 명시했습니다. 전기판매사업자는 송전·배전 등을 고려해 전기요금을 달리 정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현재는 인천에서 전력을 생산해 서울·경기 등에 공급하더라도 전기요금은 모든 지역이 동일합니다.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가 도입되면 송전·배전 비용이 낮은 인천 전기요금을 다른 지역보다 더 낮게 책정할 수 있습니다. 지역 주민과 기업체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기요금을 부담하면 됩니다.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시행으로 전력 생산 지역은 여러 부수적인 혜택을 얻게 되는 셈입니다.

미국과 영국, 일본, 호주 등은 발전시설 인근 지역에 전기를 더 저렴하게 공급하거나 송전 거리가 먼 곳에 전기요금을 더 부과하면서 지역별 차등 요금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비수도권 중심으로 논의됐던 차등 전기요금제, 인천도 적극 나서야

분산에너지법 시행으로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를 실행할 기틀을 마련했지만, 넘어야 할 산은 남아있습니다.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을 위해서는 산업통상자원부가 분산에너지법 하위 법령을 통해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마련해야 합니다. 또 전기판매사업자인 한국전력공사의 전기 공급 약관 등도 손을 봐야 합니다. 한전은 최근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를 두고 도입 필요성이 높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인천을 포함해 대규모 전력 발전시설이 있는 지역들이 한목소리로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실행을 촉구하는 협력 체계 구축도 뒷받침돼야 합니다. 지자체는 물론 정치권 역할도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수증기가 솟아오르고 있는 서인천발전소 전경.  /경인일보 DB

수증기가 솟아오르고 있는 서인천발전소 전경. /경인일보 DB

그동안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는 발전시설 대부분이 위치한 비수도권 중심으로 활발한 논의가 이뤄졌습니다. 대규모 화력발전소는 충남에 있고 고리원자력발전소는 부산·울산·경주·전남 등에 소재하고 있습니다. 이들 지역은 각종 환경오염 등 피해를 떠안고 전력을 생산하지만, 정작 대부분 전력은 수도권으로 공급된다는 점에서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인천 역시 생산한 전력 대부분을 다른 지자체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도권에 있다는 점에서 다른 지역에 비해 피해 정도가 부각되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분산에너지법 제정·통과 과정에서는 부산 지역 의원들의 역할이 두드러졌습니다. 지역별 차등 요금제 도입을 위해서는 인천 정치권에서도 힘을 보태서 비수도권이 아닌 대규모 발전시설이 위치한 지역을 위한 지원에 초점을 맞추는 게 남은 과제로 보입니다. 인천시는 우선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을 위해 지역 발전시설 운영 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 대기오염 물질 등을 수치화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인천시는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하반기 중 산업부 등에 정책 제안을 하겠다는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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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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