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이냐·현상유지냐 시소게임
남부 가오슝·중부 타이중 연결
'타이난' 과학·경제발전 축 될것
세계 CEO 반도체 회사 환영 이유
중국과 대만의 양안 관계란 안보적으로 대만·(미국·일본) 대 중국의 대립 구도지만, 경제적으로 대만은 중국, 미국, 일본 등과 자유롭게 교역한다. 대만의 반도체와 전자장비와 제품이 국경을 초월한다는 것이다. 양안 관계는 1949년 양측 분단 이래 대립과 협상, 봉쇄와 교류를 반복해 오고 있는데, 그 특징은 양안이 군사적 긴장을 유지하면서도 지경학과 역사적 배경으로 문화, 경제 교류는 유지한다는 것이다. 중화인민공화국의 '하나의 중국 정책'은 대외적으로 중화민국(대만의 현존 국호)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그러나 양안은 경제적으로 깊은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중국 개혁·개방과 반도체 산업 발전에 대만인의 공이 컸다는 점에서 양안의 경제적 유대를 이해할 수 있다. 즉, 양안 관계란 양측 경제, 문화적 관계를 고려하는 주권 경쟁 차원에서 통일이냐 현상 유지냐를 두고 벌이는 시소게임과 같은 것이다. 양안 양측은 주권과 정통성을 두고 국내 정치 이슈를 선점할뿐만 아니라, 국제무대에서도 경쟁하는데 여기에 역내 강대국 관계가 투영되는 것이다. 중국은 언젠가 대만을 통일하겠다는 것이고, 대만은 정체성을 유지하며 대등한 입장에서 중국과 협상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양안 관계에서 중국은 양안 문제가 국제화되는 것을 금기시하며, 대만은 역으로 국제화되기를 바라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대만 문제에 대한 이슈가 나오면 중국이 바로 반발하는 이유가 이와 같은 것이다. 주변국이나 관련국이 미국의 인·태 전략이나 대만 해협의 안보를 거론하면 대만과 미국은 좋아할 수 있지만, 중국은 강한 불만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대만 민진당 집권 이후부터 대만 역사는 대만 정체성을 강조하는 모습이 두드러지고 있다. 도서 분류에도 중국 역사와 대만 역사 코너가 나눠줬고, 연구소도 중국사 연구와 대만사 연구가 분류됐다. 중원문화를 중심으로 하는 중국대륙의 중원 국가와는 차이를 둔 다문화적 해양 문화를 강조한다. 그래도 양쪽은 모두 한자(중국은 간체자, 대만은 번체자)를 사용하고 유교, 불교, 도교의 문화적 배경의 사회환경이 유사하다는 점과 경제적 유대가 깊기에 단순히 안보 이유로 양안이 완벽히 분리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앞으로 4년간 타이완을 이끌 라이칭더는 대만 해변 광산촌에서 자라 타이난을 기반으로 자수성가한 정치인인데, 그의 직장과 정치 배경이 타이난이란 것과 TSMC의 가장 큰 반도체 단지(南科)도 그곳에 있다는 것은 정치가 경제 및 과학기술과 융합하여 그 지역이 더 발전할 것으로 예측된다. 앞으로 타이난은 남부 가오슝(高雄), 중부 타이중(臺中)과 연결되어 대만 과학과 경제발전의 축이 될 것이다. 국가 발전은 산업발전을 기초로 한 경제력과 이를 기반으로 하는 안보가 기초다. 라이칭더는 대만과 중국의 관계 그리고 대만과 국제사회와의 관계를 반도체와 연관된 공급망 및 안보와 연결하며 대만 발전에 이바지할 것이라 당선 소감을 밝힌 바 있다. 4년간 타이완 사회는 라이칭더의 정치·경제 정책에 영향을 받겠지만, 계속하여 국제사회서 대만을 강하게 하는 힘은 TSMC의 반도체 및 그와 연관된 첨단산업들일 것이다. 그리고 대만의 교육 시스템으로 성장한 다국적 기업 CEO들과 민주화로 이룩한 민주정치로 안정된 사회와 세계의 연결은 타이완의 소프트 파워가 되고 있다. 세계 많은 지도자와 CEO들이 TSMC 등 대만 반도체 회사를 환영하는 이유다.
/김진호 단국대학교 교수·대만 중앙연구원 방문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