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A교회 여고생 사망사건

[뉴스분석] 가족과 단절… 낯선 교회 석달 고립된 여고생

입력 2024-05-20 19:59 수정 2024-06-03 14:35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5-21 6면

17세 소녀는 왜 숨졌나


모친, 지인에 딸 부탁… 30여명 거주
국과수 부검 결과 '폐색전증' 추정
종교시설 측 "정신이상 증세" 주장
경찰, 공범 여부는 "수사 중" 함구


교회 여고생 아동학대 혐의 신도 영장실질심사
인천의 한 교회에서 같이 생활하던 여고생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 50대 여성 신도가 18일 오후 인천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4.5.18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인천 남동구 A교회에서 생활하던 여고생이 숨졌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학대 혐의로 B(55·여)씨를 구속하고 공범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이 여고생은 아는 사람도 없는 교회에서 3개월 정도 생활하다 숨졌다.

교회 측은 학대 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정황상 의문점이 남는다. 교회 측이 공개한 폐쇄회로(CC)TV 화면과 사건 현장, 그들의 주장, 소방당국과 경찰 대응, 교회에서 생활하는 신도 이야기 등을 토대로 숨진 여고생의 생활이 어땠는지 살펴봤다.

■ 신고 후 사망까지 4시간

"밥을 다 먹이고 나서 물을 가지러 갔다 온 사이 아이(C양·17)가 쓰러졌습니다."



지난 15일 오후 7시52분께 A교회에서 이러한 내용의 119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는 B씨다. 소방당국은 신고 접수 후 피해자가 미성년자인 점, 신고자가 부모가 아닌 점 등을 고려해 경찰에 공동 대응을 요청했다. 그러면서 전화통화로 심폐소생술(CPR) 등 응급조치를 B씨에게 지시했다. 당시 B씨는 "입 안에 토사물이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신고 접수 후 7분만인 7시59분께 구급대가 도착했다. 하지만 토사물은 현장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8시5분께 도착했다.

교회 2층 맨 끝 방에 의식·맥박·호흡 없이 쓰러져 있는 C양을 발견한 소방당국은 심폐소생술, 기도 확보, 약물 투여 등 응급처치를 실시했다. C양의 맥박이 일시적으로 돌아왔으나, 인근 병원으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다시 심정지가 발생했다.

C양은 신고 32분만인 8시24분께 병원에 인계됐지만, 이미 소생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병원 측에서 여러 처치를 시도했지만, C양은 16일 0시20분께 끝내 숨졌다.

 

교회에서 같이 생활한 여성 아동학대 혐의
인천에 있는 한 교회에서 여고생의 몸에 멍이 든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지고 이를 조사 중인 경찰은 아동학대 혐의로 해당 교회 신도를 붙잡아 조사중인 16일 오후 해당교회에서 공개한 숙소를 기자들이 취재하고 있다. 2024.5.16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 낯선 교회에서의 삶은 어땠을까

C양은 올해 초까지 세종시에서 살다가 3월부터 A교회에서 생활했다. C양 모친은 지인 B씨에게 딸을 부탁했고, 둘은 교회에서 함께 숙식했다. C양은 B씨 외에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교회는 외진 곳에 있다. C양은 외출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 교회 측 설명이다. 사실상 사회적으로 고립된 채 생활한 셈이다. 인천에서 생활한 뒤로 가족들과의 교류도 끊어지다시피 했다. C양의 언니가 A교회 합창단원이며 5월에 인천에서 생활했지만, 교류는 드물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C양과 많은 시간을 함께한 사람은 B씨였다. 경찰은 B씨가 C양을 학대했다고 보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C양 사인은 폐색전증으로 추정됐다. 외상이나 장시간 움직이지 못한 경우에 발병하는 질환이다.

교회 측은 C양이 정신이상증세를 보였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가 병원 진료를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C양은 학교에 다니지 않았고, 전입 신고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교회 측은 C양이 숨지기 1주일 전부터 상태가 악화돼 음식물 등을 섭취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소방·경찰 출동 당시 발견된 손목 결박 흔적은 자해로부터 C양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몸 상태가 악화된 C양이 병원 진료를 받았는지는 구속된 B씨만 알 수 있다는 게 교회 측 설명이다.

A교회 관계자는 "C양이 병원을 오갔는지 알 수 없다. 함께 생활했던 B씨에게 물어봐야 한다"면서 "C양이 교회에서 생활하는 동안 다른 곳으로 외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 A교회는 어떤 곳


A교회는 인천 남동구 인적이 드문 곳에 있다. 4층짜리 건물 중 피해자가 생활했던 2층의 공간은 2018년부터 노유자시설(노인복지시설)로 사용되고 있다. 이곳에선 30여 명의 신도가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10여 명은 C양처럼 단기(6개월 안팎)로 생활하고 있으며, 이들 대부분은 전입신고를 하지 않았다.

이곳에서 만난 한 대학생은 "인천에 있는 대학을 진학했는데, 월세 등을 아끼고자 이곳에서 머물고 있다"며 "학기가 끝나면 고향(경남)으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주말 예배를 드리는 것 빼고는 교회 활동에 따로 참여하지 않는다"며 "나와 비슷한 이유로 여기서 생활하는 청년이 몇몇 더 있다"고 했다.

C양이 거주했던 방 맞은편에는 교회 합창단 숙소가 있다. 경찰은 이곳에서 지내던 합창단 단원 등이 학대를 방조한 게 아닌지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수사 내용이나 범위 등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변민철·백효은·이상우기자 bmc0502@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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