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힘’ 보여준 열정·도전·연대의 30년, 한국여성인권플러스 창립 30년 맞아

입력 2024-05-22 18:55 수정 2024-05-22 19:04
한국여성인권플러스(옛 인천여성의전화)가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지난 1994년 1월 22일 인천 부평구 부평5동 한 건물 옥탑방에 마련된 사무실에 현판을 걸고 상담을 시작했다./한국여성인권플러스 제공

한국여성인권플러스(옛 인천여성의전화)가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지난 1994년 1월 22일 인천 부평구 부평5동 한 건물 옥탑방에 마련된 사무실에 현판을 걸고 상담을 시작했다./한국여성인권플러스 제공

1994년 1월22일 인천 부평구 부평5동의 한 4층 건물 옥상 작은 옥탑방에 상담용 책상과 전화기 1대가 놓였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해야 할 곳인 가정에서 남편으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여성에게 도움을 주자는 취지로 마련된 사무실이었다. 제대로 홍보가 이뤄지지도 않았는데 첫해에만 776명이 전화를 걸어왔고 이듬해에는 1천17명이 도움을 요청했다. 가족 안에서의 은폐된 폭력은 당시 ‘아내폭력’이라고 명명됐고 조금씩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아내폭력이 범죄라는 인식을 갖기 시작하는 계기가 됐고,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문제라는 인식도 확산했다. 인천여성의전화의 이야기다.

인천여성의전화로 출발한 인천의 대표적 여성인권 단체인 한국여성인권플러스가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지난해부터 바꿔 부르기 시작한 ‘한국여성인권플러스’라는 이름보다는 아직 인천여성의전화를 더 익숙하게 느끼는 이들이 많다. 한국여성인권플러스가 보낸 지난 30년은 인천 여성인권 운동의 축소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창립이후 2000년대 중반까지 아내폭력·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들을 도왔다. 상습 폭력을 견디지 못한 여성이 가해자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 재판정으로, 면회실로 찾아가 도왔고, 학생·교사·경찰·평범한 시민 등을 찾아가 ‘성평등’ 교육을 진행했다. 성폭력특별법, 가정폭력방지법 등이 제정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또 다른 여성인권 사각지대로 찾아갔다. 2000년대 중반 이후 2010년 중반까지 이주여성과 성매매여성의 손을 잡았다. 숭의동·학익동 집결지를 찾아가 상담소를 만들어 성매매 여성의 자활을 지원했고 이주여성들이 서로 돕고 의지할 수 있도록 쉼터와 ‘아이다마을’이라는 공동체 네트워크를 조직하기도 했다. 2010년대 중반 이후는 또 다른 이슈와 맞섰다. 20대 여성이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게 살해된 이른바 ‘강남역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여성혐오’와 싸우는 20~30대 여성과 연대했다. ‘스쿨미투’ ‘대리모 철폐’ ‘여성성기훼손문화’ 등의 영역에서도 활동했다. 2022년 세계여성과 연대하기 위해 한국여서인권플러스로 단체명을 바꿨다. 변하는 시대 상황에 맞춰 새로운 힘을 만들어낸 30년이었다.

김성미경 한국여성인권플러스 대표는 “가정폭력·성폭력 피해여성, 이주여성, 성매매 여성 등 당시에는 사회적 사각지대에 놓인 약자인 여성 인권 문제를 발굴해왔고 앞으로의 시간 역시 또 새로운 문제와 마주하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한국사회에서 인권 사각지대에 있는 여성의 문제와 계속 싸워가겠다. 한국여성인권플러스가 그 중심에 서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여성인권플러스는 23일 오후 4시 인천 부평구 선린감리교회 비전센터에서 30주년 기념 행사를 연다. 인천여성의전화로 시작해 한국여성인권플러스로 이어지는 인천 여성 인권운동 30년 역사를 정리한 책 ‘미래를 여는 기억’ 북토크도 함께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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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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