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30분 연장 영업' 결국 철회
"백화점·매장본사 논의서 배제"

롯데백화점 수원점이 이달 말부터 주말 영업시간을 30분 연장하겠다고 입점 매장 직원들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가 큰 반발을 불러왔다. 직원들이 반대 서명운동까지 벌인 뒤에야 영업시간 연장 추진이 중단됐지만, 이번 말고도 그간 직원들과 논의도 없이 상습적으로 영업시간을 변경해 온 백화점 업계의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롯데백화점 등에 따르면 이달 30일 수원시 권선구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수원점은 '타임빌라스'로 명칭을 바꾸며 새 단장에 나선다. 최근 개장한 '스타필드 수원' 영향으로 분산된 기존 수원지역 고객 수요에 대응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스타필드 수원은 상대적으로 다양한 체험시설을 보유하고 영업 마감시간도 오후 10시인 탓에 지난 1월 개장 당시부터 적지 않은 인기를 끌었다. 이후 롯데백화점 수원점이 영업 마감시간(기존 오후 8시30분)을 오후 9시로 늘리려는 과정에서 직원들과 사전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했던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실제 지난 9일 롯데백화점 수원점 관계자는 '타임빌라스 재단장에 맞춰 이달 31일부터 주말, 공휴일 폐점 시간을 기존 오후 9시로 변경한다'는 내용의 문자를 모바일메신저 단체방에 공지했다. 이 단체 채팅방은 백화점에 입점한 100여명 직원 등 관계자들이 모인 곳으로, 이 공지 메시지를 본 직원들은 갑작스러운 영업시간 조정에 난색을 표했다.
해당 공지가 내려진 뒤 일부 직원들이 "사전 협의도 없었다"며 항의했으나 백화점 측은 별다른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었다. 이후 이곳 백화점 직원들이 속한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이하 노조)이 연장영업저지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지난 21일 반대 서명 운동을 벌인 뒤에야 백화점 측은 영업시간 연장 취소 의사를 밝혔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그간 관행처럼 당연시돼 온 '일방적 업무시간 변경 통보' 문제를 재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도내 한 백화점 입점매장 직원 이모(60대) 씨는 "일하는 사람은 나인데 업무시간 논의는 계약 당사자인 백화점과 매장 본사끼리만 한다"며 "명절이나 연휴 몇주 전에 백화점 측이 일방적으로 업무 시간을 정하면 그에 따랐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라는 불만을 터뜨렸다.
앞서 노조는 지난 2021년 서울시 영등포구 '더현대 서울' 앞에서 노동자와 협의 없는 연장 영업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집단행동을 통해 백화점 업계의 대책을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이에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수원점 영업시간 연장은 확정 사안이 아니었고 논의를 위해 공지했던 건데 관계자 측 실수로 확정적인 것처럼 전달됐다"며 "공휴일 폐점 시간은 그대로 오후 8시30분이고 변동 사항은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