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코로나·러-우전쟁 여파
글로벌 공급망 붕괴 물가상승 지속
수출에 의존 한국경제엔 '치명적'
'저물가 고성장' 호시절 오지않을것
뉴노멀 시대 생존법은 절약습관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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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광 콘테스타컨설팅 대표·한국조직문화연구소장
지난 설날 차례상에 올릴 사과 한 알 가격이 8천~9천원이라 선뜻 사지 못하고 망설이던 기억이 난다. 정말로 물가가 많이 올랐다는 것을 실감한다. 기후 변화로 사과농사의 재배면적이 줄어들고 작황이 좋지 않았던 이유와 우리 농업보호 정책에 의한 수입제한 조처 등이 사과값 상승에 한 몫을 했다.

이달 초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는 113.99로 전년동월대비 2.9%, 생활물가지수 또한 전년동월대비 3.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선식품지수 3.7%, 신선채소 12.9%, 특히 신선과일은 전년동월대비 38.7%나 상승한 것으로 발표되었다. 지출목적별 동향으로는 교통, 음식·숙박, 기타 상품·서비스, 오락·문화, 교육, 주류·담배는 모두 전월 또는 전년동월대비 상승한 것으로 발표되었다. 생활물가지수는 먹거리 물가 상승률이 7분기째 가처분소득 증가율을 웃돌았다. 가처분소득이란 이자와 세금 등을 내고 소비나 저축에 쓸 수 있는 돈을 말한다. 외식과 가공식품 등의 먹거리 물가 상승률이 가처분소득 증가율보다 상승 폭이 컸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물가상승 현상은 2022년 3분기부터 금년 1분기까지 연속 7분기째 이어졌다. 특히 1분기 농축수산물 물가 상승률은 10.4%로 가처분소득 증가율의 7.5배였고, 이 중 과실 물가상승률은 36.4%로 26.3배로 나타났다. 지금도 외식이나 가공식품 가격이 줄줄이 인상되고 있어 외식은 물론 장바구니 부담이 지속된 것으로 파악된다. 1분기 사과가격상승률은 1975년 관련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고, 배는 1991년 3분기 이후 33년만에 최고였다. 2분기에도 외식, 가공식품 가격이 줄줄이 인상되고 있어 먹거리 물가에 대한 부담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필자의 사무실이 있는 여의도에서는 언제부터인가 1만원짜리 점심식사는 찾아보기 힘들고 최하 1만2천원은 있어야 간신히 김치찌개 한 그릇 할 수 있을 정도이다. 냉면도 한 그릇에 1만2천~1만5천원 한다. 조만간 서울에서는 2만원을 주어야 점심 한 끼 할 수 있을 것이다. 서민들이 즐겨찾는 먹거리인 김밥, 비빔밥, 짜장면, 칼국수, 삼계탕 값이 줄줄이 오르고 퇴근 후 직장인들에게 친근한 삼겹살 1인분에 2만원이라니…. 그래서인지 요즘 퇴근 후의 여의도는 거리가 한가할 정도이다.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직장인들로 지하철역만 발디딜 틈 없이 만원이다. 예전에는 직원들끼리 회식으로 흥청거리고 식당마다 자랑메뉴를 선보이며 그들을 유혹했다. 지금은 회사마다 법카 사용 한도와 회식비를 줄이는 마당에 저녁 술 한잔은 낭만이며 먼 옛 얘기가 되고 말았다. 임대료 감당이 안되는 빈 가게들이 '임대문의' 푯말을 내걸고 새 주인을 찾지만 상당히 긴 시간 그곳들은 비어있다.

올 하반기에도 상황은 만만치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9%로 3개월만에 3% 아래로 떨어졌으나 신선식품 물가상승률은 전년대비 10.6% 상승하여 식품 가격이 물가를 밀어 올리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직장인들의 푸념 "내 월급만 빼고 다 올랐다"는 말처럼 물가상승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은행 발간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 2024'에 의하면 경제활동자 10명중 4명이 지난해보다 소비가 늘었다고 답변했는데, 특히 식비 비중이 전체 소비의 23%를 차지할 정도로 직장인의 점심식사 비용이 상승 중이다. 직장인들은 매일 먹는 점심값을 줄이려는 노력으로 외부식당보다 구내식당 이용하기, 도시락 싸오기, 편의점 간편식 등으로 대체하고 있는 모습이다.

기후변화와 코로나19, 러-우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중동전쟁의 영향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되면서 시작된 물가상승은 곧 끝나지 않을 것이며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경제에는 치명적이다. 과거의 저물가 고성장의 호시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최근의 고물가 저성장은 일시적 상황이 아닌 구조적 현상으로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고물가가 스트레스이며, 뉴노멀인 세상의 생존법은 경제가 돌아올 때까지 온몸으로 절약하는 슬기로운 생활습관의 실천뿐이다.

/이세광 콘테스타컨설팅 대표·한국조직문화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