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계 100년… 우리가 몰랐던 '프란츠 카프카'에 대한 책 2권


소유권 분쟁끝… 비공개그림 '세상밖'
단순 그림책 넘어 작품세계 분석 도움

'실존주의 철학' 담긴 55편 단편집
부조리한 삶 재정립… 의미 등 찾아


카프카

"엄마, 만약 내가 바퀴벌레가 되면 어떡할 거야?"

잠에서 깬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가 어느 날 벌레로 변해버린 데서 시작하는 소설,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소설의 주요 설정에서 따와 부모님에게 뜬금없이 질문을 던지는 장난은 한때 SNS에서 유행하던 밈이었다. "그럼 난 엄마 바퀴벌레가 돼서 같이 살아야지.", "바퀴벌레는 죽여야지." 가지각색 답변은 소소한 웃음을 자아냈다.

'실존주의 문학의 거장'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대중들에게 체코 작가 카프카의 이미지는 제법 한정적으로 기억된다. 기성세대에게는 '변신'의 저자이자 세계문학전집 표지에 등장하던 검은 양복 차림의 남자, 젊은 세대에게는 '바퀴벌레 밈'의 원작자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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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셔 출판사 판본의 카프카 작품들. '선고'(1952), '실종자'(1956), '소송'(1960).

하지만 카프카의 페르소나는 비단 '변신'의 주인공 잠자에 머물지 않았다. 그의 작품 세계는 때로는 글이 아닌 그림으로 표출되는 등 장르를 넘나들기도 했다. 어쩌면 우리가 알고 있는 카프카는 그의 아주 작은 일부일지도 모른다.

오는 3일, 카프카의 타계 100주기를 앞두고, 우리가 모르던 또 다른 카프카를 마주하게 할 책 두 권이 찾아왔다.

■ 프란츠 카프카의 그림┃안드레아스 킬허 편저. 민은영 옮김. 문학동네 펴냄. 372쪽. 4만8천원


카프카
카프카의 타계 100주기를 맞아 출간된 '프란츠 카프카의 그림'은 그의 시각 예술가적 정체성을 가늠하게 할 최초의 책이다.

생전 카프카는 퇴근하고서 늦은 밤 매일 틈틈이 글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그는 그림을 그리는 데도 열의를 보였으나, 기존까지 공개된 그림 수가 40여 점에 불과해 조명받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 2019년 소유권 분쟁이 마무리되면서 개인이 비공개로 소장하던 카프카의 모든 그림이 빛을 보게 됐다.

책에는 카프카의 그림 100여 점이 원화 크기에 맞춘 컬러 형태로 실렸다. 아울러 새롭게 공개된 그림뿐 아니라 카프카를 연구해온 교수, 유명 철학자 등의 해제를 수록했다. 특히 주디스 버틀러는 카프카의 그림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몸이 어떻게 예술적으로 다뤄지는지 고찰한다. 단순한 그림책을 넘어 카프카의 작품세계를 분석하는 데 도움이 될만한 연구서로 평가받는 이유다.

윤정민 문학동네 편집자는 "그동안 카프카는 작가로서만 주목을 받아왔기에 카프카의 정체성 역시 작가로서만 다뤄졌다"며 "이번 책에 그림과 함께 실린 해제를 살피면서 시각 예술가로서의 카프카는 누구인지를 생각해볼 기회"라고 설명했다.

■ 우연한 불행┃프란츠 카프카. 박종대 옮김. 위즈덤하우스 펴냄. 216쪽. 1만5천원

카프카
'우연한 불행'은 카프카의 단편과 초단편 소설 55편을 엮은 단편집이다. 카프카 문학의 핵심으로 꼽히는 인간의 불안, 우울, 고독 그리고 이를 아우르는 실존주의 철학이 짧은 글에서 은은하게 드러난다. '변신'과 '시골 의사' 등 스테디셀러를 넘어, 카프카의 문학세계를 비교적 덜 알려진 작품을 통해 살필 수 있다.

100년 전 카프카가 마주했던 현실이 오늘날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올지도 주요하게 생각해볼 거리다. 부조리함으로 가득한 우리네 삶은 카프카의 문학 안에서 재정립되고 마침내 그 의미를 찾아간다. 어느 날 불쑥 찾아온 불행이 허무와 고독을 오가다 새로운 방향을 보여주듯이.

"사후 내 원고를 읽지 말고 남김 없이 불태워달라"는 카프카의 유언을 배신한 덕에 오늘날 우리가 누릴 수 있는 호사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