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풍경, 죽죽 그은 ‘지그재그’ 되기까지… 원로화가 김경인展

입력 2024-05-31 14:55 수정 2024-05-31 17:16

도든아트하우스 6월10일까지 김경인 초대전

1970년대 사회 부조리 항거…민중미술 영향

1990년대 들어서면서 소나무로 본 역사·인간

소나무 매개로 변주한 사유 ‘지그재그’ 선보여

김경인 作 소낭구 이야기, 2008, 유채, 97X130cm /도든아트하우스 제공

김경인 作 소낭구 이야기, 2008, 유채, 97X130cm /도든아트하우스 제공

인천 중구 개항장 거리에 있는 갤러리 도든아트하우스는 6월 1일부터 10일까지 소나무 작가로 알려진 원로 김경인 전 인하대 교수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김경인 작가는 1941년 인천에서 출생해 서울예고 미술과를 졸업하고 대학과 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작가는 젊은 시절 대구 효성여대와 상명대를 거쳐 인하대에서 후진 양성과 작품 활동을 병행했다.

작가는 1970년대 ‘창작미술협회전’ ‘제3그룹전’ ‘79신예작가 12인전’ 등에 출품하며 당시 군사정권의 부조리에 항거했고, 궁극적으로 1980년대 민중미술에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작가는 1970년대 초부터 발표한 ‘문맹자’나 ‘어둠의 초상’ 연작들은 현실 비판의 기능을 상실한 그 시대 지식인의 모습이거나 정신과 영혼을 추스르지 못하고 육신만 존재하는 허깨비 같은 인간상을 담아냈다.

작가는 1990년대 한국 사회가 정치적 안정을 이루면서 현실 비판에 대한 작업이 설득력을 잃고 타성화하자, “서양 미술 이론을 답습하는 것은 그들이 씹던 껌이나 받아 씹는 것 아닐까”라는 고민에 시달렸다고 한다. 당시 작가가 그 답답증 때문에 떠난 강원도 정선에서 찾아낸 소재가 바로 소낭구(소나무)였다. 작가의 시선에서 소나무는 단순한 소재라기보단 그가 끊임없이 사유하고 천착해온 역사이자 인간이었다.

김경인 作 the blue composition, 2019, 유채, 65.1×80.3㎝ /도든아트하우스 제공

김경인 作 the blue composition, 2019, 유채, 65.1×80.3㎝ /도든아트하우스 제공

이번 도든아트하우스 전시에서도 소나무 작품과 함께 최근 김경인 작가가 실험하고 있는 ‘지그재그’ 시리즈를 보여준다.

풍상에 시달리면서도 용트림하면서 굴곡진 조형미를 보여주는 한국의 소나무에서 그는 시련과 극복의 역사를 사유하고, 우리 겨레의 얼을 표상하고자 했다. 한국의 소나무는 매력적인 조형성을 보이며 수줍지 않은 자태를 통해 존재감을 드러낸다. 겸손한 듯하면서도 당당한 기개를 서슴없이 드러내는 소나무는 한국인의 모습을 닮았다고 도든아트하우스는 설명한다.

도든아트하우스 이창구 관장은 “율동과 곧음, 연륜과 참신, 독야청청 존재를 드러내면서도 서로 의지하며 굳건한 삶을 보여주는 소나무를 통해 작가는 또 다른 차원의 리얼리즘을 구사한 것”이라고 했다.

김경인 作 zigzag023-03, 2023, 캔버스에 아크릴, 72.7x90.9㎝ /도든아트하우스 제공

김경인 作 zigzag023-03, 2023, 캔버스에 아크릴, 72.7x90.9㎝ /도든아트하우스 제공

작가가 최근 실험하고 있는 ‘지그재그’ 시리즈는 소나무의 조형성을 응축하고, 예술의 유희적 성격을 받아들이면서 잠재된 자신의 표현 역량을 모두 쏟는 긴 여정의 총체를 보여준다. 곡선과 직선, 반복과 멈춤, 끊임없이 나아가고자 하는 다이나미즘(dynamism·역동설)과 이를 제어하고자 하는 지적·예술적 노력이라 할 수 있다.

작가는 모더니즘 추상에서 추구한 물질 개념이나 본질의 탐색보단 형태의 변주를 통해 자연의 질서와 존재론적 위상에 대해 설명한다. 과거의 현실적인 인식에서 출발해 몽상적 상상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경험과 예술적 의지가 소나무를 매개로 ‘지그재그’ 작업에 투영됐다고 한다.




경인일보 포토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박경호기자 기사모음

경인일보

제보안내

경인일보는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자 신분은 경인일보 보도 준칙에 의해 철저히 보호되며, 제공하신 개인정보는 취재를 위해서만 사용됩니다. 제보 방법은 홈페이지 외에도 이메일 및 카카오톡을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

- 이메일 문의 : jebo@kyeongin.com
- 카카오톡 ID : @경인일보

개인정보의 수집 및 이용에 대한 안내

  • 수집항목 : 회사명,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 수집목적 : 본인확인, 접수 및 결과 회신
  • 이용기간 :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기사제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익명 제보가 가능합니다.
단, 추가 취재가 필요한 제보자는 연락처를 정확히 입력해주시기 바랍니다.

*최대 용량 10MB
새로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