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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스토리] 농업의 역사를 한눈에 '국립농업박물관'

입력 2024-06-06 20:40 수정 2024-06-06 21:02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6-07 10면

농촌 발전 '길라잡이'… 복합문화공간 새싹 틔운다 


농업관 450점 유물·체험 코너 준비
지속가능농업 스마트팜 '수직농장'
제철 농산물 활용 요리교실도 운영
박물관 포럼 등 교류 구심점 역할도


수직농장
국립농업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스마트팜 '수직농장'. /국립농업박물관 제공

수원의 서둔동 일원은 정조대왕이 농사에 쓸 물을 저장하기 위해 축조한 축만제(천년만년 만석 생산을 축원한다는 의미로 정조23년에 만들어진 인공 저수지)가 있는 곳이자, 2014년 전까지 농촌진흥청이 있었던 농업의 역사가 깃든 곳이다.

이곳에 지난 2022년 12월 15일 국립농업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국립농업박물관은 농업문화유산을 전승하고 보존하기 위해 농업 관련 유물을 수집·관리하고 전시하는 것은 물론, 농업의 역사와 잠재력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과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다. 또 정기적인 학술행사를 하며 농업과 농촌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도 한다.



박물관은 단순한 전시와 교육, 체험을 넘어 농업과 관련한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갖춘 복합문화공간이다. 지난 1년여간 농업을 새로운 관점으로 조명한 이곳에서 농업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모두 만나볼 수 있다.

겨리농경문화
겨리농경문화를 시연하는 황수철 국립농업박물관장과 구운초등학교 학생들. /국립농업박물관 제공

■ 농업의 역사를 담은 농업관의 상설전시


=박물관은 농업생산, 민속품, 역사자료, 회화, 농기계 등 현재 1만5천여 점의 유물을 수집하고 있다.

주요 유물로는 19세기 농촌 생업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기산 김준근 풍속화에서부터 농사일에 축력이용을 보여주는 대표 유물 겨리쟁기, 삼베 길쌈용 베틀, 정조가 농업문제의 해결을 위해 백성에게 내린 권농윤음, 술과 음식 등을 끓이거나 데우는 데 사용하던 삼국시대 초두 등이 있다.

농업관은 450여 점의 농업 유물과 농업 체험 코너 등을 준비했으며, 시대순의 유물 배치가 아닌 9가지의 키워드로 농업을 조명한다.

'농업관 1'은 생명의 원천인 농사를 '땅과 물', '종자', '재배', '수확'이라는 키워드로 한 해 동안 이뤄지는 농업의 전 과정과 농기구의 다양한 변화를 담고 있으며, '농업관 2'는 '저장과 가공', '운반과 유통', '축산', '다양한 쓰임', '미래농업'이라는 키워드로 수확 이후 농산물의 가공·유통, 최첨단 농업 기술까지 접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스마트팜 '수직농장'은 미래농업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할 수 있는 곳이다. 외부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고 일년 내내 작물을 생산할 수 있는 스마트팜의 원리와 작물의 성장 과정을 배워보는 체험프로그램에서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또 밥과 반찬으로 이뤄진 우리나라 한상차림 식문화를 재료부터 음식이 되기까지의 과정으로 소개하는 '식문화관'이 있으며, 어린이의 시각에서 농업을 이해할 수 있게 영상과 체험시설을 마련한 '어린이박물관'은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벼베기 체험 가족
지난해 국립농업박물관에서 벼베기 체험에 참여한 가족. /국립농업박물관 제공

■ 내 손으로 키우고 수확하는 농작물


=박물관에는 다랑이논·밭, 과수원, 농가월령 산책로 등으로 구성된 야외경작체험장이 있다.

사시사철 포근하고 정겨운 농촌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이곳은 농사를 경험해보지 못한 세대를 위해 직접 농작물을 키우고 수확할 수 있도록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신청이 시작되자마자 곧바로 마감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사전에 신청한 관람객들과 함께 모내기부터 벼베기까지 한 해 벼농사를 함께하고 전통 방식의 탈곡을 체험함으로써 쌀의 소중함을 느끼는 특별한 시간이 마련돼 있고, '겨리농경문화' 시연과 '손 모내기' 체험행사 등도 개최하고 있다.

교육동에서는 박물관에서 직접 키우고 수확한 제철 농작물을 활용한 요리교실을 운영해 우리 땅에서 난 식재료의 소중함과 건강한 식문화를 전한다. 민족 명절인 설과 단오, 추석에는 명절 음식을 함께 만들어 먹고 세시풍속과 농경문화를 경험해 볼 수 있는 다채로운 교육·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해 풍성한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탐정이 돼 박물관 유물을 찾아내는 '출동! 농박 탐정단', 전시 유물을 탐구하고 미래 농업 도구를 만드는 '유물탐험대', 인공지능을 이용해 수직농장 수확물을 관리해보는 진로체험 교육, 성인을 대상으로 한 홈가드닝과 전문 농업도슨트 양성 교육 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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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농업박물관의 식물원에서는 다양한 아열대 과수와 기후변화에 따른 작물 재배의 변동을 볼 수 있으며, 친환경 농법인 아쿠아포닉스와 클로렐라수직정원도 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 문화 예술·학술로 풀어낸 농업의 가치와 미래


=박물관의 기획전은 '농(農)'을 여러 시각과 방법으로 그 가치와 미래 가능성을 전한다. 지난해 첫번째로 열린 기획전 '농農, 문화가 되다'는 우리나라 농업에서 비롯된 역사와 문화의 흔적을 살펴보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예술가들의 눈으로 바라본 작품으로 농업을 재조명했다.

개관 1주년 기획전 '남겨진, 남겨질'은 우리 농업유산에 남겨진 이야기를 통해 앞으로 남겨질 농업의 소중함을 되새겼고, 우리 곁에 있는 농업유산의 아름다움을 영상과 소리로 남겼다.

올해 첫 기획전인 '땅의 기록, 흙의 기억'은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흙'과 '땅'에 초점을 맞춰 그 이야기에 주목한 전시로 오는 8월 25일까지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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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농업박물관의 상설전시가 열리고 있는 농업관.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박물관은 농업의 지식과 문화를 나누는 농업교류의 구심점이 되기 위한 시도도 계속하고 있다. '국립농업 박물관 포럼'은 18회차를 맞았으며, 박물관과 농업의 전문가들을 초빙해 학술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개관 1주년을 기념해 진행한 포럼 '기후위기 시대, 공생의 길을 묻다'에서는 기후위기 극복과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우리가 마주한 현실을 말하고, 미래로의 도약을 위한 방법을 논의했다.

지난해 9월에 개최한 '국립농업박물관 문화제'와 같이 우리 전통 농경 문화와 식문화, 농촌의 기억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프로그램과 함께 기획전과 연계한 포럼 등도 이어나가고 있다.

황수철 국립농업박물관장

■ [인터뷰] 황수철 국립농업박물관장

"수원, 정조때부터 농업중요성 알려… 세계 농업의 발신처로 일구어갈 것"

전시·교육의 차별화 포인트에 역점
품격·문화예술터 인식 디테일 신경

"농업박물관에 대해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선입견을 깨는 것이 포인트였습니다."

국립농업박물관을 찾은 관람객이 개관 1년여 만에 75만명을 돌파했다.

황수철 국립농업박물관장은 지난 시간이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과정이었던 만큼 두렵고 어려운 점들이 있었지만, 관람객들이 만족하는 모습에 자부심을 느꼈다는 소회를 밝혔다. 박물관의 초대 관장으로 무거운 책임감을 지니게 된 황 관장은 박물관 본연의 기능에 집중하면서도 차별성을 두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박물관은 좋은 유물을 바탕으로 전시와 교육을 제공해야 하는데,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전시와 교육의 차별화 포인트를 어떻게 찾을 것인가에 역점을 뒀다"며 "박물관을 품격이 있는 곳, 문화예술의 터로 인식하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보이지 않는 디테일에도 신경을 썼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농업박물관은 '농업의 중요성을 국민에게 알리는 것'이 주된 역할이다. 하루라도 먹지 않으면 안되는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업은 공기나 물처럼 당연시 하게 된 분야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점차 사회와 농업의 괴리가 벌어지고 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있어 이를 좁혀야 할 필요성이 커지게 됐다.

황 관장은 "오늘날에는 올바른 먹거리가 중요한데, 이는 올바른 농업과 농산물, 좋은 흙과 땅과도 연결돼 있다. 이러한 부분을 사회와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며 "농업은 기본적으로 자연과 조화, 균형을 깨트리고는 성립될 수 없다. 농업이 갖는 긍정적 기능과 공동체를 건강하게 하는 역할들이 각박한 세상을 정화하고 치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전했다.

그렇다면 오늘날 이러한 농업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황 관장은 '흙은 정직하다'는 말을 먼저 꺼냈다. 작물은 좋은 땅과 적절한 해, 바람과 물이 있어야 잘 자랄 수 있다. 벼가 주인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자라는 것처럼 정성을 들인 땅은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황 관장은 "혼자의 힘만으로는 세상이 움직여지지 않는데, 이를 잘 배울 수 있는 것이 농사"라고 했다. 사람의 신체적·정신적 치유 효과,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흙의 기능 등 다양한 공익적 부분을 알려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황 관장은 "농업이 중요하고, 지금도 늦지 않았으며, 더는 망가뜨리지 않아야 우리 사회가 조화롭고 균형 잡힌 건강한 사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립농업박물관은 전국구 박물관으로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전국의 지자체들과 MOU를 체결하고 본격적인 홍보에 나선다. 더 나아가 높은 기술력과 생산성을 바탕으로 한 한국의 농업을 알리는 세계적 박물관으로 발돋움할 계획이다.

황 관장은 "수원은 정조 때부터 농업의 중요성을 알려온 곳이다. 이곳을 세계 농업의 발신처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장기적으로는 한국 농업을 배우러 오는 교육공간으로도 비전을 세워 만들고, 수원을 미래 농업의 메카로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어 "박물관은 국민들이 만든다. 어느 곳에서는 사라지고 있을 농업 관련 유물들의 기증을 활성화하고 싶다"며 "더불어 박물관과 관람객이 같이 성장할 수 있는 성숙한 문화와 프로그램들을 정립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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